▲ 플레임 시스템(FLAIM Systems) 시뮬레이터는 시각적 시나리오와 유사한 온도 등을 사용해 화재 현장의 모든 경험을 재생한다. 플레임 시스템이 만든 가상현실 산불.   출처= FLAIM System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호주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초토화되었다. 230만 헥타르(70억 평) 이상이 불에 탔으며, 50억 마리의 동물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산불을 더 강렬하게 만들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관찰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재난이 잦아짐에 따라 소방관들도 새로운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호주와 미국의 일부 소방서들이 소방관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가상현실(VR)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화재 상황 재현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플레임 시스템(FLAIM Systems)은 소방관들을 위한 VR 훈련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소방관들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현실에서는 재현하기에 너무 위험한 상황을 진짜같이 구성한 가상 시나리오에 몰입한다.

플레임 시스템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임스 멀린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VR훈련의 의 핵심은, 소방관들을 (가상현실에서) 전통적인 위험 상황에 처하게 하고, 그 상황에서 실수를 거듭하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를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VR 기술은 주택 화재, 항공기 화재 또는 산불과 같은 여러 가지 다른 시나리오에서 연기, 불, 물, 소화 포말 거품들을 ‘현실처럼’ 재생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각 시나리오별로 화재원으로부터의 거리와 방향에 따라 소방관에게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온도까지 설정하기 때문에 VR 훈련을 받는 소방관들은 실제 방열복을 착용해야 한다.

"우리는 가상현실에서 섭씨 10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지요. 물론 소방관을 보호하기 위해 시간을 짧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스에 물을 뿜을 때 느껴지는 압력도 재현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방관의 심장 박동과 호흡수를 계속 측정합니다.”

이 회사는 멀린스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호주 빅토리아의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2명이 시작한 이 회사는 설립 2년 동안 18명으로 성장했다. 현재 호주,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VR 소방 훈련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플레임 시스템은 2019년, 호주 기술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인 호주정보산업협회(Australian Information Industry Association)에 의해 ‘올해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호주 소방관리청(Country Fire Authority)은 이 훈련 시스템을 시범 테스트했는데, 아직 정식 승인은 나지 않았지만, 소방관리청의 그레그 패터슨 부청장은 도심에서 먼 외곽 지역의 산불 대처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특히 야산의 산불 상황에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산불 조건에 노출되는 훈련은 소방 자원봉사자들이 실제로 하기 어려운 훈련이지요. 이 시스템은 현실적인 시나리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코수미즈 소방서(Cosumnes Fire Department) 소방대원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구체적인 상황 대응 시나리오를 훈련 받고 있다.    출처= Cosumnes Fire Department

캘리포니아의 시도

2019년 10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코수미즈 소방서(Cosumnes Fire Department)도 VR 개발 회사 RiVR과 피코 인터랙티브(Pico Interactive)와 협력해 20명의 신입 소방관을 위한 자체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코수미즈 소방서는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며 향후 훈련 프로그램에 VR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수미즈 소방서의 줄리 라이더 소방대장은 "VR 훈련이 커뮤니케이션과 시야가 제한된 화재 상황의 불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소방관인 라이더는 VR 시나리오가 너무나 실제적이어서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VR 속의 화재가 난 방 안에서 어디서 불이 시작됐는지 확인하고,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심박수가 실제로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상 현실이므로 실제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극도의 위험과 강렬한 불꽃을 경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요."

환경 영향

VR 기술을 활용하면 소방 훈련이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전통적인 훈련은 연소 물체로부터 연기와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주변 공기 질에 영향을 미친다.

또 실제 훈련에서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은 많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호주 같은 나라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소화기에서 나오는 거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은 주변 토양과 물을 오염시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주의 몇몇 주들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이 거품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플레임 시스템의 멀린스 CEO 는 "우리의 기술을 사용해 전세계 소방 당국이 환경에 거품을 방출하거나, 연기를 발생시키거나 물을 사용하지 않고 소방 훈련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