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가 온라인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의 유기적 결합을 활용한 풀필먼트형 매장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모’를 겪은 유통기업이 있다. 바로 롯데마트다. 약 11년 동안 1조원을 들여 기반을 다져온 중국 점포 112곳의 철수, 일본 불매운동 등의 악재가 반영돼 최악을 기록한 2019년 실적,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매장 고객 수 급감까지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악재를 겪고 있다. 이에 롯데쇼핑은 다수의 마트 매장을 정리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두들겨 맞던’ 롯데마트가 26일 새로운 형태의 전략을 발표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나섰다.  

“점포를 고객의 냉장고로” 
   
롯데마트는 '점포 기반 B2C 물류 거점화를 실현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풀필먼트(Fullfillment·물류체계 관리) 스토어를 선보인다고 26일 밝혔다. 이 계획이 표방하는 것은 롯데마트 각 매장의 물류 거점화다. 즉,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해서 배송을 받아보는 개념을 마트에도 적용시켜 점포를 이커머스 플랫폼의 풀필먼트 창고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점포는 온라인 몰에서 받은 주문에 대해 점포 주변 15㎞의 상권을 기준으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주문한 물건을 배송하는 ‘예약배송’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풀필먼트 스토어에 대해 “배송 반경을 15㎞ 이내(광역)와 5㎞(핵심)로 구분해 배송 권역을 더 촘촘하게 관리하고 고객 주문 후 1시간 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즉각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의 배송서비스 구분. 출처= 롯데쇼핑

여기에 롯데마트는 광역배송 지역 고객의 주문은 4만원 이상 구매 시, 핵심배송 지역 고객의 주문은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당일 배송접수 마감은 16시, 배송시간은 권역에 따라 최대 23시까지라는 배송 세부 조건을 달았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된 유통 서비스 제공한다. 온라인 주문 고객은 바로 배송, 매장방문 픽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은 QR코드 쇼핑으로 장바구니 없는 쇼핑까지 가능하다. 만약 이 매장이 롯데마트 측의 계획처럼 이상적으로 구현된다면 이는 지난 수 년 동안 롯데가 강조해 온 ‘옴니채널(Omni-Channel)’이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된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일련의 변화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미래 생존 전략으로 거론되는 ‘옴니채널’의 확실한 적용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월마트의 성공 사례와 롯데마트  

롯데마트의 시도를 ‘일단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글로벌 유통기업 월마트의 성공을 예로 들 수 있다. 전 세계 유통업계의 중심을 이커머스로 바꾼 주역인 아마존의 끊임없는 유통업 확장 공세에도 월마트가 끝까지 살아남은 원동력은 온라인과의 유기적 연계와 배송 시스템 강화 전략이었다. 월마트는 2016년 자사의 온라인 경쟁력을 위해 제트닷컴, 플립카트 등 이커머스 전문 플랫폼을 인수하는가 하면, 2017년과 2018년에는 많은 자본을 들여 배송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오프라인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배송 체계를 갖추면서 옴니채널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월마트는 2019년(회계연도 2020년) 매출은 5240억달러(약 637조원)를 기록하며 직전 연도 대비 1.9% 성장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9억달러(18조1318억원)로 1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전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을 각 지역 점포로 보유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쟁력은 옴니채널 구현에 있어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오는 3월 중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인 롯데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의 가동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 연동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도 볼 수 있다.  

전제 조건 

계획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매우 이상적이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장은 “기존의 빠른배송 보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강점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특히 1시간 내 배송이라면 온라인의 수요도 실시간으로 대응이 가능하며 도심, 주거지 인근에 있는 할인점 매장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트의 위기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면서 “특히 핵심지역의 무료 배송 기준금액을 2만원으로 잡은 것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점포에 풀필먼트 기능을 접목시킨 홈플러스 안양 FC 11의 쌍방향 워크인쿨러. 출처= 홈플러스

그러나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변화가 이상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전제 조건과 극복해야 할 한계가 있다. 우선은 인력의 문제다. 기존의 배송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것은 결국 인력 충원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이며, 배송인력의 근무형태를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매장 공간의 풀필먼트 센터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문제와 그를 해석하는 관점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간 이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업체들이 일찍 시도한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거점화와 확실하게 차별될 수 있는 수준의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