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생소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선 재택근무를 둘러싸고 차별과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홈쇼핑 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홈쇼핑사는 온전한 방송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내근으로만 이뤄지는 사무직 형태의 기업이 아니다. 사무직과 동시에 생방송을 송출하고 있어 모든 직원들이 온전히 재택에 들어갈 수 없다. 현재 모든 홈쇼핑 기업들은 생방송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온전한 재택이 불가능 한 점은 GS홈쇼핑의 대처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월 GS홈쇼핑은 직원 중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사옥 폐쇄와 동시에 생방송을 중단하고 3일 동안 재방송으로 대체한 바 있다. 또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도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직원들을 정상 출근시켜 부실 대응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후 바로 사옥은 폐쇄됐지만 방송과 관련된 영상, 조명, 음향, 그래픽 등 최소한의 현장 스태프들은 현장에 나와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잠시 다녀간 것도 아니고 동료 중 한명이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며칠간 생방송을 재방송으로 대체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음과 동시에 동종 업계에 적지 않은 민폐(?)를 끼쳤다. 

그러나 어느 정도 마무리 돼 가던 업계 분위기는 다시 울상이 됐다. 정부가 대응 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격상하면서 지난 달 24일 NS홈쇼핑은 업계 처음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이후 너도나도 눈치를 보고 있던 타 홈쇼핑 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제히 재택근무 공지를 내렸다. 다만 지금도 여전히 생방송과 관련된 인력은 정상출근 하고 있다.

여기까지 생방송 진행으로 어쩔 수 없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이다. 불만은 재택근무 방침에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들에 대한 ‘대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선 꼭 필수 인력으로 구분해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하다가도 막상 매출과 관련된 성과급이나 연봉 협상에 있어서는 차별대우를 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통 하나의 방송 편성에서 매출이 크게 뛰거나 '완판'이 되면 그 공은 MD(상품기획자)나 PD, 쇼호스트에게 돌아간다. 현장 스태프와 방송 송출 관련 업무직이 매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비상상황에서 필수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장 스태프들의 노력은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MD들은 현재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PD와 쇼호스트들은 본래 프리랜서 개념으로 본인의 방송이 있을 때만 나온다.  

또한 현재 일부 기업에서는 순환 근무도 아닌 정상 출근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순환 근무를 고려하고 있던 기업도 사장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평상시와 똑같이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홈쇼핑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방송관련 팀은 필수인력으로 구분해 출근하고 있다”면서 “일반 방송국은 자체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재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도와가면서 해결방안에 도달해가고 있는 반면, 홈쇼핑 사들은 순환근무 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서움 속에서 출근은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매출과 관련한 성과급이나 연봉협상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이 없는 찬밥 대우를 받을 때는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럽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시행되고 있는 재택근무 형태가 기업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필수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과 그 수고에 대한 댓가는 기업경영자들이 자발적으로 고려해야할 덕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