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외관.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동대문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 수익성 제고 등 두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발을 디뎠고, 공항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한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룹차원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시 동대문구에 시내면세점 2호점을 열고, 서울 강북 상권 공략을 시작했다. 동대문은 연간 70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주요 패션 관광지, 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은 매장을 '영럭셔리, K패션&뷰티'에 특화하고,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

운영자금도 충분하다. 초기 투자비가 컸지만 현대백화점그룸은 면세점 사업 확장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2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했다. 백화점 15개 지점, 아울렛 5개 지점에서 수익을 내는 만큼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은 탄탄하다는 평가다. 

다만 충분한 수익성을 달성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확장과 부정적인 이슈 해소, 대단위 모객 필요성 등이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적자에도 통 큰 투자…규모의 경제 달성해야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난 2016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처음 따낸 뒤 2018년 11월 정식으로 강남 무역센터점을 오픈했다. 초기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투자였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6000억원 수준이며, 향후 3년 내 2조원대로 성장시킨다는 비전도 세웠다.

문제는 면세점 출범 이후 현대백화점의 실적이다. 면세점 오픈 이후 지난해까지 쌓인 영업적자만998억원에 달한다. 면세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이슈가 더해지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 

긍정적인 부분은 2018년 이후 매 분기 면세점 매출이 늘며 적자폭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매출은 지난 2018년 700억원, 2019년1분기 1569억원, 2분기 1940억원, 3분기2109억원, 4분기 2314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2019년) 영업적자는 1분기 236억원, 2분기 194억원, 3분기 171억원, 4분기 141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수익성도 높아질 것 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동대문사업장 운영, 공항면세점 사업권 확보 등 외형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외관. 사진=현대백화점그룹

명품 브랜드 유치가 관건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당면 과제를 '명품 브랜드' 유치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무역센터점에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3대 명품 브랜드(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중 단 한 개의 브랜드도 입점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최근 입점한 동대문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막스마라, 마이클코어스, 모스키노, 마크제이콥스 등 유수의 브랜드가 영업중에 있지만 신세계, 롯데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들과의 인지도 차이가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동대문 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큰손들을 불러들여올 요인이 적기 때문에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유치는 필수”라며 ”두산의 면세점 사업 종료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이 크게 줄었고, 저가의류 시장 시장이라는 이미지도 탈피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송객수수료(모객을 조건으로 여행사에 지급하는 돈)를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명동 업체들이 수수료를 동반 인상할 경우 현대면세점에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시내 면세점이 2곳으로 늘어나면서 사업의 규모가 커졌고, 1호점인 무역센터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규모의 확대는 구매 협상력으로 이어진다. 

공항면세점 사업 진출

현대백화점그룹의 다음 목표는 공항 면세점 입점이다. 면세점 사업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향후에는 해외 공항 면세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최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DF6(패션·기타) 사업에 입찰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항면세점의 수익성이 좋지 않고, 초기 투자비가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한 코로나19, 사드, 메르스 사태 등 외부 이슈에 취약한한 면도 있어 고가의 임대료로 낙찰 받을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업적인 중요도가 떨어지는 점도 지적된다. 단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신라면세점은 국내 총 매출의 83%가 시내에서 발생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매출액 7조8730억원 중 시내 면세점 3곳의 매출이 6조587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공항면세점 매출은 9664억원에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늦은 진출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두 개의 점포를 확보했고, 공항 면세점 사업진출을 타진하는 등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사업 확대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라며 "다만 새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적고 코로나19 이슈도 있어 단기간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