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독일 양산차 업체 폭스바겐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일’을 냈다.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지향점으로 삼은 3세대 전기차 상용화를 코 앞에 두고 있어서다. 3세대 전기차는 1회 완전 충전으로 최대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뜻한다.

폭스바겐은 지난 4일 온라인 생중계로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차명 ID.4의 ‘ID’는 정체성(Identity), 아이디어(Idea), 개인(Individual), 지능적인(intelligent), 아이코닉 디자인(Iconic Design) 등을 의미하는 철자로 폭스바겐의 전동형 차량 브랜드 이름이다. 4는 컴팩트(mid-size)한 제원의 SUV 차량임을 상징하는 숫자다. 폭스바겐은 해치백 형태의 ID 시리즈 첫 차 ID.3을 선보인데 이어 ID.4를 이번에 공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향후 ID 시리즈에 1~9 등 숫자를 붙인 차량을 개발·양산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ID.4를 연내 유럽, 중국, 미국 등지에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폭스바겐은 ID.4를 출시하기 앞서 차량의 세부 사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달 초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ID.4가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500㎞까지 달릴 수 있는 점을 주요 특징으로 앞세웠다.

랄프 브란트슈타터 폭스바겐 승용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ID.4는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드라이브 패키지 등을 통해 주행거리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ID.4를 개발했다. ID.4의 배터리는 AC, DC 등 두 가지 방식에 3단계로 충전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에 더해 음성 제어 기능, 디지털 콕핏(운전석) 등을 탑재했다. ID.4 첫 모델은 후륜 구동 모델로 출시된다. 폭스바겐은 향후 사륜 구동 모델도 판매할 예정이다.

ID.4의 기타 사양에 대해선 차량의 모태 격인 콘셉트카 ‘ID. 크로즈(CROZZ)’의 스펙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작년 4월 중국 상하이 국제 모터쇼 현장에서 콘셉트카 ID. 크로즈를 전시했다. ID. 크로즈는 225㎾(302마력)의 출력을 발휘하고 최대 속력은 시속 180㎞에 달한다. 또 자율주행 시스템 ‘ID. 파일럿’과 공기청정 시스템 보조·편의사양이 장착됐다.

ID. 크로즈는 폭스바겐의 내연기관 중형 SUV인 티구안 올스페이스에 견줄만한 실내공간을 갖췄다. 콘셉트카인 ID. 크로즈의 제원은 전장 4625㎜, 전폭 1891㎜, 전고 1609㎜, 축거 2773㎜ 등 수준에 달한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전장 4700㎜, 전폭 1840㎜, 전고 1675㎜, 축거 2790㎜ 등 크기를 갖췄다.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7인승인데 비해 5인승으로 출시되는 ID.4가 더욱 여유로운 탑승 공간과 적재 용량을 갖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ID.4는 SUV 형태의 첫 3세대 순수 전기차로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출고될 차량이라는 점으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주행거리 506㎞(315마일)로 연내 출시될 테슬라 CUV ‘모델 Y’를 제외하면 전기차 개발 속도 측면에서 적수가 없다.

폭스바겐은 ID.4에 앞서 올해 상반기 고객에게 550㎞까지 주행할 수 있는 등 성능을 갖춘 해치백 ID.3를 인도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벤츠, 아우디, 토요타, 페라리 등 글로벌 유수 업체들이 내년 이후 각종 형태의 3세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 점에 비하면 놀라운 양산 속도다. 내연기관 양산차로 전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붐을 일으켜온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에서 또 한번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