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최근 한국은행이 한 경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 제목은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이다. 보고서는 과거 전염병 사례를 들어 "전염병이 인적·물적 자본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주로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 및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전염병 확산세가 진정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시사했다.

보고서에서 사례로 들은 전염병은 사스,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이다. 이 전염병들 모두 세계적으로 관련 국가에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으나,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주요 실물지표가 곧 반등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언론을 통해 미디어로 확산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고서가 발간됐는데, 정작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미디어를 통해 이 보고서의 내용을 접한 독자들은 자연히 코로나19도 과거 전염병 사례때와 같이 단기간 경제적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코로나19가 과거 전염병과 같은 점이 있다면 과거 사례를 비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려는 취지로 작성한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 전염병 사례들이 코로나19와 다른 부분이 많고, 코로나19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보고서만으로 관련 경제적 전망을 평가 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간 된 대다수의 보고서들은 코로나19가 과거 전염병 사태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적 전망을 시사한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와 달리 경제적 비중이 급격하게 커졌다. 중국이 일명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한 것은 최근 10여년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관광사업과 서비스업의 부진은 물론 중국 교역 봉쇄로 부품조달이 어려워 자동차 공장이 가동 중단 될 정도라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해 역대 최저치의 금리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과, 이에 따른 부작용 등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과도한 불안이 경제심리를 위축할 수 있다는 점은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빠르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안일한 대응을 담은 보고서는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를 겨냥했으나, 코로나19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아니면 말고" 식의 면피성 보고서라면 말이다. 향후 다가올 수 있는 더 큰 전염병에 대비한 시스템적인 방안부터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