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발병으로 인한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붕괴와 인력난으로 인한 임금인상,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출처= Business Standar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이미 지난 4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0.5%p인하했다.

시장은 오는 18일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또 한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으며,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0.75%p 인하해 금리 범위를 0.25%~0.5%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연준이 경기후퇴 우려와 물가상승 압력 우려와 동시에 싸워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반적인 주가 폭락과 사상 최저 수준의 장기 채권 금리와 더불어 원유 가격까지 급락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오일쇼크로 유가가 치솟았던 1970년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였다. 연준은 1981년까지 금리를 20%까지 올리면서 인플레이션과 치열하게 싸웠다.

크와드래틱 캐피탈 매니지먼트(Quadratic Capital Management)의 낸시 데이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재앙”이라며 "사람들은 이 같은 현상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70년대의 오래된 위협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다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붕괴로 물가 오를 수 있어

데이비스는 코로나 발병으로 인한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붕괴로 소비자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임금 증가율은 연간 3%에 불과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더 많은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직원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소매, 식품 및 기타 서비스 분야에서 더욱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일 당신이 월마트 직원인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면 월마트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준을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행진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며, 이것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펜토 포트폴리오 스트래티지(Pento Portfolio Strategies)의 마이클 펜토 대표는 "인플레이션으로 채권시장이 위기에 빠지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적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대처 방안은?

데이비스는 연준이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장기채권을 매입하고 단기증권을 매각했던 2011년 의 이른 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처럼 장단기 수익률 곡선차가 좁다는 것은 다가오는 경기 침체를 암시한다. 실제로 올해에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같이 단기 금리가 장기 채권 수익률보다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에서의 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데이비스는 연준이 수익률 곡선을 안정시키기 위해 트위스트를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연준이 단기 채권을 매입하고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10년 만기 채권을 매각하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시장이 되려면 수익률 곡선 차가 커져야 합니다. 연준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10년물 수익률을 더 높이는 것이고, 그것은 다른 정책 총알을 다 써버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현 상황에서 기업들 가격 인상 힘들어

그러나 그것은 너무 극단적인 조치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ClearBridge Investments)의 제프 슐제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도 큰 충격을 받았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침체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슐츠는 또 유가 하락이 OPEC의 가격 전쟁과 공급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유가 폭락에는 소비지출의 둔화, 특히 여행 산업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기업들이 이 비상한 위기 동안에 실적 압력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위축된 수요를 생각할 때 가격을 선뜻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 기업들은 가격 결정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기업들은 당장 가격 인상을 꺼릴 것입니다.”

그는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더 많은 공장이 다시 문을 열게 되면 일시적인 공급 부족에 따른 미국 기업들에 대한 장기적인 가격 압박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