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가 4월로 예정된 타다의 기업분할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이재웅 대표가 쏘카 사령탑에서 물러난다고 13일 발표했습니다. 박재욱 쏘카 COO 겸 VCNC 대표가 앞으로 쏘카의 대표로 활동하며 타다 베이직은 4월 11일부터 잠정적으로 중단됩니다. 박홍근 의원실이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정상적인 타다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다는 상황판단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재웅 대표가 물러나는 장면을 두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결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나아가 이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정안을 두고 '타다를 금지한 것이 아닌, 타다를 법의 테두리에 끌어오려는 것'이라 발언을 것을 거론하며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는데 굳이 타다 베이직을 종료하고 이재웅 대표까지 물러날 필요가 있나"라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서비스의 종료, 이재웅 대표 개인과 관련된 이슈가 아닙니다. 이 논란은 더 넓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신사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재웅 대표의 등판, 난타전
이재웅 대표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창업자이자 국내 인터넷 벤처 1세대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핵심으로 불릴 수 있는 인사 중 한 명입니다. 다만 그에 대한 평가는 입체적입니다. 이재웅 대표는 국내 인터넷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사지만,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과 저돌적인 경영방식을 두고는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7년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네이버의 총수 지정과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GIO를 비판하자 이 대표는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나중에 부적절로 바꿈)하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이 대표가 쏘카의 대표에 오를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택시업계의 조직적인 반발과 이에 부합한 정부의 규제로 휘청이자 직접 쏘카의 대표가 되었으나, 정부와의 공조가 필수적인 모빌리티 산업에서 이 대표가 '얌전히' 정책적 공조를 보여줄 가능성은 낮았고 실제로 이는 현실이 됐습니다. VCNC를 인수해 타다를 가동하며 공격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날을 세우는 총력전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는 난타전 그 자체입니다. 지난해 4월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하고 7월 국토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나왔으며, 카카오 모빌리티를 비롯한 대다수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택시와 함께하는 모빌리티 실험'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나 타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택시업계는 개정안의 예외조항을 활용한 타다가 불법이라 비판했습니다. 몇 차례의 시위가 벌어졌고 검찰은 이재웅, 박재욱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박홍근 의원실의 개정안이 정식 발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월 19일 법원이 1심 판결을 통해 타다의 불법성 논란을 두고 무죄 판결을 내리는 한편 쏘카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4월 타다 독립분할 계획을 밝혔을 당시만 해도, 타다의 기사회생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창궐하고 있음에도 김현미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들은 꾸준히 국회를 두드리며 개정안 통과를 요청했고, 결국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타다는 불법이 됐습니다.

그렇게 쏘카는 타다 독립분할 가능성을 철회했고 주력인 타다 베이직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재웅 대표는, 지난했던 모빌리티 업계의 모험을 마무리했습니다.

▲ 사진=박재성 기자

"책임질 수 있는가"
타다를 두고 벌어지는 복합적인 논란은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타다의 혁신성 여부, 불법성 여부를 두고 각자의 찬반이 요동치는 가운데 '어떤 관점으로 사안을 보는가'에 따라 말 그대로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곳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온전히 법적인 가이드 라인과 정책적 판단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타다의 모험이 끝나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국토부가 결정했고, 국회가 선택했습니다.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결정과 선택에 있어 과연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꼭 해야합니다. 이견없이 받아들여야 할 정부의 지침이지만, 그 지침에 따라야 하겠지만 과연 그 선택에 당신들은 책임질 수 있는가.

▲ 출처=갈무리

첫 번째 질문입니다. 타다 금지 내용과 플랫폼 택시 로드맵 법제화를 하나로 묶어버린 개정안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김현미 장관과 박홍근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일관적으로 '타다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다를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개정안이 말하는 것은 '택시의 생존을 위해 모든 모빌리티 업체들이 지원하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굳이 타다 금지와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하나로 묶어버렸기 때문에 타다와 그 외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필요한 모빌리티 기업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벌어졌고, 이는 보기에 따라 교묘한 '이이제이' 전략으로도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택시업계에 있어 눈의 가시인 타다를 제거하고, 모든 모빌리티 기업들을 택시사업 생존의 연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시민들에 외면받는 구사업 종사자들을 살리기 위해 신사업을 구사업의 땔감으로 활용하려는 입장만 보여줬고, 이러한 관점에서 타다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제거대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구사업 종사자들이 신사업과 만나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무를 저버렸습니다. 오로지 택시만세. 택시만세입니다. 덕분에 택시업계는 우버에 이어 카풀, 타다까지 모두 물리친 트리플 크라운을 자랑하게 됐습니다. 승률로 보면 페이커 수준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입니다. 충분히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구사업 종사자들을 위해 신사업을 땔감으로만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책임질 수 있는가. 

타다 이슈를 보며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타다의 법 예외조항 활용을 법원이 무죄라 판단했음에도 국회서 새로운 개정안으로 이를 막았는데,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신사업과 관련해, 인터넷 및 스타트업 정책과 관련해 '지원을 할 것'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인터넷 1세대의 간판인 이재웅 대표도 하지 못한 일을, 미스터 쓴소리도 하지 못한 일을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열혈청춘들이 해낸다? 불가능합니다.

세 번째 질문입니다. 이러한 결정과 선택에 따라 향후 벌어질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변화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우버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의 경우 국내 시장처럼 택시업계 등과 협업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일반적으로는 ICT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를 구상합니다. 우버만 봐도 기본적인 경쟁력에 하늘을 연결하는 우버에어, 대중교통을 품는 우버 트랜짓을 가동하며 이동의 모든 플랫폼을 내제시키면서 핵심에 자사 생태계가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모빌리티 핵심에 택시 생태계가 있습니다. 이 방식도 필요한 전략이지만, 문제는 이 방식'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단조로움은 둘째고 체력 자체가 허약합니다. 타다가 빠르게 성공하는 반면 택시와 협력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가 비록 베타 서비스지만 아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현재 국내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타다 모델과 비교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타다가 제기됐기 때문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택시 중심으로 흘러가고, 이러한 방식이 내부에서는 성공을 거두겠으나 ICT 본능에 입각한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은 어떻게 될까요? 4월 타다 독립분할을 통한 라이드셰어링 전략이 아쉬워지는 순간입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네 번째는 '내로남불'에 대한 책임입니다. 정부는 타다 금지에 나서며 명확한 법 적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열정의 절반만 택시업계의 불합리함에 투입했다면 우리는 지금 훨씬 더 좋은 세상에 살고있을 겁니다. 

그동안 택시업계의 낮은 서비스에는 법인택시 회사의 횡포가 있었고, 여기에는 온갖 불법이 판을 칩니다. 심지어 올해부터 법인택시 업계에서는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고 기사 월급제가 도입됐으나 아직도 현장에는 변종 사납금이 판을 칩니다.

▲ 고질적인 택시업계 사납금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실제로 현재 몇몇 법인택시회사들은 택시 사납금이라는 명칭 대신 ‘월 기준금’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운송수익금’이라는 명칭을 쓰며 여전히 사납금을 받고 있습니다. 전액관리제와 택시기사 월급제를 위한 핑계로 1일 기준금을 대폭 인상해 폭리를 취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러한 불합리함에, 타다를 제거하기 위해 제시했던 공명정대한 규제노력을 절반이라도 도입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사라지는 타다 그 자체입니다. 170만명의 이용자는 타다 서비스를 잃고, 1만2000명 드라이버는 일자리를 잃습니다.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것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이제 막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일종의 기회비용입니다. 이 기회비용을 날려버릴 정도라면, 책임도 져야 합니다.

▲ 법원이 타다에 무죄를 선고하자 택시업계가 반대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제발 현실에 살았으면"
최근 정의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중소상공인 공약으로 골목 상점가 지원·지역사랑 상품권 확대·공공 배달앱 지원을 골자로 한 ‘골목상권 활성화 3법’을 제시했습니다. 추혜선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장은 “자영업자 분들은 우리 경제의 허리이자 골목 공동체의 기둥”이라며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허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특히 또 공공 배달앱이 나왔습니다. 현재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플랫폼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시장을 개척했는지, 얼마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고려는 1%도 보이지 않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니 공공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기계적인 마인드만 보입니다. 시장을 모르고, 업계를 모르니 그저 쉽게만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타다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무엇을 선택하기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반대급부로 창출될 수 있는 부작용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도 없이 그저 하나의 독특한 방향만 골라 '마이웨이'만 외쳤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그 선택에 대한 파급효과를 과연 책임질 수 있습니까. 아니면, 책임질 생각 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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