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회사채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에 속하는 채권마저 투자가 위축돼 자금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회사채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회사채 만기를 앞둔 기업들도 신규 발행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실물 경제 위축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채권 금리마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원하는 만큼의 물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우량 신용 등급을 가진 기업들도 상반기에 자금조달을 진행해야 하지만 발행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조짐이 보여 공모채 시장에 선듯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칫 수요미달로 발행금리가 높아질 경우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재 생산기업과 완제품 제조업체의 경우 올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실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이 장기간 흔들릴 경우 자금줄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은 도산 위험까지 처할 것으로 보인다.

◇ 공모·사모 모두 투자 위축…채권시장 패닉

13일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149%에 장을 마쳤다. 이달들어 3년물, 10년물 국고채 금리 모두 변동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3일까지 공모채 시장에서 증권회사와 회사채 인수계약을 맺은 곳은 태영건설 단 한곳 뿐이었다. 태영건설은 이달 20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800억원을 상환하고 외상매출금 등 단기차입금을 결제하기 위해 공모시장에서 자금 조달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공모채 시장에서 회사채 인수 계약이 급감한 원인은 채권금리가 급락, 급등을 반복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모시장은 경쟁 입찰을 통해 발행조건이 결정되는 만큼 채권시장 움직임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중요하다. 채권시장이 불안할 경우 대규모로 자금조달이 필수적인 우량 신용등급 기업은 사전청약에서 모집금액보다 수요가 미달될 때 발행금리가 높아져 이자부담이 커진다.

사모채 시장에서는 감독기관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운영자금 조달이 신속하지만 신용스프레드가 기준이기 때문에 발행 금리 부담이 높다. 특히 사모채 시장은 자금대출 성격을 가져 은행이나 보험사를 상대로 발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금융기관들도 국고채 상승으로 투자(자산운용) 방식을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사모채 시장에서는 BBB+등급 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차입금 재원 마련을 위해 각각 640억원, 1500억원 규모로 조달했다.

국내 채권 시장은 코로나19 발생이 발발하던 올 초(1~2월)까지 투자가 몰렸지만 3월부터 급감했다.

지난해도 1~2월까지 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주주총회와 1분기 결산이 있는 달인 3월에는 다소 줄었지만 올해 만큼 위축되진 않았다. 지난해 3월 AA등급 기업은 공모채 시장에서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진행했고 은행채도 증가해 3월 한달간 회사채 발행규모만 14조원을 웃돌았다.

◇ 증시폭락, 안전자산도 투자 꺼려…국고채 금리 변동성 최고조

▲ 사진=이코노믹리뷰DB

최근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13일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사상 처음 코시피와 코스탁 시장 모두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데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는 12일에 이어 이틀 연속 사이트카가 발동됐다.

증시 폭락은 코스피가 장 개장 직후 급락하고, 선물가격까지 빠르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폭락할 경우 안전자산인 채권가치는 오르지만, 금융 시장 전체가 패닉상태일 경우에는 가치가 하락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투자자들이 극심한 불안속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모두 투자를 중단하고 유동성이 가장 높은 현금을 가장 우선시한 결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고채 시장은 이달 들어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등 변동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 9일 기준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때 사상 처음 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12일부터는 다시 반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금리도 크게 변동하고 있다. 12일 뉴욕 증시는 3대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급락한 동시에 회사채 시장 금리도 치솟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중순부터 회사채 스프레드가 올라 경기침체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김태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위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증시 약세에도 불구하고 국채 선물 등 채권 강세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