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19일부터 악성댓글과 어뷰징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뉴스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과 활동이력을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악성댓글의 폐혜에 공감하던 많은 네티즌들은 호평일색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도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우선 네이버의 정책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댓글이력 그 자체입니다. 지금까지 네이버 뉴스란에 댓글을 게시할 때 닉네임의 일부만 보여줄 뿐이었으나, 이제는 닉네임과 프로필 사진을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 창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뉴스 댓글란에 댓글을 남길 경우 다른 네티즌이 아이디를 클릭하면, 댓글을 남긴 네티즌이 어떤 댓글을 남겼는지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댓글활동 이력이 전부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까지 본인이 남긴 댓글을 삭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실제로 네이버의 새로운 댓글정책이 18일 예고된 가운데,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8일 본인삭제 댓글은 8만1217개에 이르고 19일에도 7만466개의 댓글이 삭제됐습니다. 정책 변화에 따라 본인의 '부끄러운 댓글'을 삭제하려는 네티즌들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 출처=갈무리

다만 미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본인삭제 댓글 추이를 보면, 정책변경이 예고된 18일 이전에도 이미 자진삭제한 댓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실제로 18일 이전인 16일에도 7만7143개의 댓글이 스스로 사라졌고 17일에도 6만6826개라는 댓글이 없어졌습니다. 

12일에도 8만1360개, 13일에도 8만911개의 댓글들이 '자삭'됐습니다. 댓글이력 공개 정책 이후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많죠. 변화된 정책이 예고된 것이 18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전에도 본인이 스스로 삭제한 댓글 숫자가 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2월 19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이용과 관련된 정책을 변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2월 19일 네이버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하고 연예인을 포함해 인물명 검색 시 제공되는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책도 발표했습니다. 

당시 네이버 뉴스 댓글 전반에 대한 이력공개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가 포털 운영 전반에 강력한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은 확실해졌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때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악성 댓글러들이 이미 본인의 댓글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 자료를 보면 2월 16일 본인삭제된 댓글은 3만8156개, 2월 17일 4만4612개에 머물렀으나 2월 18일 6만개 가까이 급증했고 정책이 발표된 2월 19일에는 8만665개, 2월 20일에는 9만2380개에 이르렀습니다.

▲ 출처=갈무리

정리하자면 지난 18일 네이버 댓글이력 공개 정책이 발표되기 전, 2월 19일 포털 관련 정책이 발표됐을 당시 악성 댓글러들은 이미 본인의 댓글을 지우고 있었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2월 말 전에는 본인의 댓글 삭제율이 4만에서 5만을 오갔으나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댓글의 본인삭제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근거가 됩니다. 지난 18일 예고된 댓글이력 정책 전후를 보면, 18일 이후부터 본인 댓글삭제 비율이 확실히 높아졌으나 18일 이전에도 본인 댓글삭제 비율은 '이미 높은 편'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부끄러운 댓글 삭제는 이미 2월 19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다들, 눈치가 빠르시네요.

한편 악성 댓글러들의 '꼬리 감추기'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네이버 뉴스 댓글 일괄 삭제 노하우 등을 묻는 질문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 스스로 댓글을 삭제한 네티즌들의 이력을 확인한 다른 네티즌이 "당신은 과거가 없는 사람이군요"라고 조롱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과거가 없는 사람은 악성 댓글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댓글을 삭제한다고 해도 본인 삭제율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댓글이력에 아무 댓글이 없어도 본인 삭제율이 높다면 '악성 댓글러'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명인이 본인의 댓글 이력이 드러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는 일도 벌어집니다. 연예인 정준 씨가 대표적입니다. 정준 씨는 본인이 몇몇 정치 뉴스에 달았던 댓글이 확인되자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본인이 해당 댓글을 게시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 탤런트 정준 씨. 출처=본인 인스타그램

다만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댓글이력이 특히 주목받아 이례적인 공격을 당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하며 자정활동을 하려는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정준 씨의 사례는 '설리 사태' 후 포털 사업자들이 지키려던 하나의 가치가 댓글 투명화 정책으로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이 왜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했겠습니까? 정준 씨와 같은 연예인이자 한 사람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나요? 그런데 포털의 투명한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단행한 정책이 이런 돌발사태(사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를 일으켰으니,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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