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세계가 공포에 질렸습니다. 국내의 경우 강력한 방역 시스템과 투명한 조치로 위기를 빠르게 넘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는 끔찍한 단말마가 터져나오는 중입니다. 덩달아 글로벌 경제도 흔들리며 인류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절망과 공포의 그림자가 온 세상을 뒤덮는 가운데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집필한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파이낸셜타임스에 20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이 화제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고민하고 극복해야 하는 거대한 시련과 도전을 담담히 설명하고 그 선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줘 눈길을 끕니다. 

크게 두 개의 화두입니다. 바로 빅브라더의 탄생에 대한 우리의 성찰, 나아가 글로벌 연대의 가능성입니다. 우리는 이를 글로벌 ICT 업계의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하라리 교수의 기고를 응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빅브라더
하라리 교수는 기고를 통해 한국과 대만, 홍콩의 코로나19 대응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들 모범국가들의 반대편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택한 선택에 집중합니다. 중국처럼, 강력한 시민 통제와 지역봉쇄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나라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라리 교수는 "현대사회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24시간 감시하는 사회"라면서 "중국의 경우 시민들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다수의 CCTV를 동원하는 한편 의심환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건강상황을 보고하도록 강제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하면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며 일부 모범국가 외 많은 나라들은 시민에 대한 통제강화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는 주장입니다. 일사분란한 국가 권력의 '빅브라더화'는 빠르게 전력을 집중할 수 있고 효율적인 전선의 유지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라리 교수는 다만 이러한 국가의 빅브라더화가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할 경우, 코로나19 이후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봤습니다. 한 번 빅브라더로 변신한 전체주의 국가들이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극복한 후에도 동일한 통제와 감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는 "시민에 대한 생체감시(국가의 빅브라더화)와 같은 기술이 긴급한 상황에만 일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모국인 이스라엘이 독립전쟁 당시 취했던 임시적인 조치들이 최근까지 이어졌던 사례를 설명합니다. 체제의 경직성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완벽한 빅브라더로 변신할 경우 당장의 위기는 극복할 수 있겠지만, 한 번 빅브라더가 된 국가 권력은 지속적으로 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비판입니다. 그리고는 이는 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하라리 교수는 시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아닌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입체적이고 공개적인 방역에 돌입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사례를 '정답'으로 치켜세웁니다. 즉 시민과 정부가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전제주의적 사고방식을 걷어낸 상태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하라리 교수의 주장은 최근 글로벌 ICT 업계의 논쟁적인 화두에도 교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까지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과정에서 야기되는 불공정을 문제삼았으나 그 이면에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는 강한 동력이 자리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술굴기 선봉인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두 나라의 충돌과 별도로, 이제 중국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ICT 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최근의 논쟁적인 화두는 바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비결'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ICT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에도 크게 뒤졌던 중국이 어떻게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게 되었는가. 여기에 대한 답으로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특유의 경제적 후각을 설명하고는 하지만, 사실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 정치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권력의 집중을 바탕으로 시장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자기들의 큰 그림에 따라 기업들을 육성합니다. 별다른 이해관계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시장의 성장만 지원하는 구조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민감한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통 크게 정리해 버립니다. 소소한 규제? 토론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따라 우선 액션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잘못된 길로 빠져들면 역시 정부가 몇몇 기회비용을 차치하고서라도 강제로 방향을 바꿉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급성장한 ICT 존재감의 5할 이상은, 바로 권력이 집중된 정치 체계의 강력한 주도력에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이 가능합니다. '과연 이러한 중국식 시장 육성 모델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다수의 의견을 모아 느리지만 입체적인 결론을 지향하는 민주주의식 모델을 신봉하는 이들은 중국과 같은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부정합니다. 하나의 권력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당장의 성공은 보장할 수 있으나, 민주주의식 모델의 느리지만 강력한 행보에는 당해낼 수 없다는 믿음입니다.

아직 여기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하라리 교수의 화두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중국식 중앙집중형 모델에 대한 효능은 인정하면서도 크게 두 가지 측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시민의 행복과, 마지막 싸움의 승리를 위해서. 전자의 경우 강력한 통제 시스템에 시달리는 것보다 자유로움이 더 낫다는 기본적인 논리로 이해가 가능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다소 급진적입니다. 민주주의식 모델을 신봉하는 이들의 집단지성은 분명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을 거치며 최고의 이데올로기로 인정받았으나, 중국의 ICT 발전 사례를 볼 때 선뜻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하라리 교수의 재미있는 결론을 거론할 차례입니다. 하라리 교수는 기고를 통해 국가의 빅브라더화를 거부하고 느리지만 천천히, 입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신뢰'라는 무기를 장착하는 순간 '마지막 싸움의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에 있어 시민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빼앗지 않는 선에서 폭넓은 테스트와 투명한 정보공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한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사실 간단한 질문입니다. '시민의 자유를 빼앗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롭고 투명하게 대응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장착할 것이냐'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후자가 낫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시민의 자유를 빼앗는 기회비용을 치르지 않으면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승리할 수 있겠으나, 그로 인해 야기되는 국가의 빅브라더화라는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나아가 이러한 획일적인 방안은 이스라엘의 독립전쟁 당시 규정된 임시법안이 최근까지 이어졌던 것처럼, 오히려 체제의 경직성을 드러내며 표류할 수 있다 경고합니다.

이를 미국과 중국의 ICT 기술 발전에 덧대어보면, 중국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지만 하나의 주장에 매몰되어 길을 잃을 수 있으며 미국은 느리지만 착실하고 입체적인 논의로 시민의 자유라는 기회비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더 높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본 셈입니다. 물론 그 신뢰라는 것. 이 점을 민주주의 진영이 어떻게 확실하게 장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최소한 코로나19 사례를 통해 신뢰를 장착한 한국의 방역이 시민의 자유라는 기회비용을 놓치지 않고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중국의 ICT 발전에 대한 미래를 다소 어둡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글로벌 ICT 업계의 첨예한 논란 중 하나에 대해 하라리 교수의 코로나19 기고를 덧대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글로벌 연대
하라리 교수의 기고 중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지구촌 시대라는 말이 유행이었습니다만, 사실 현재의 인류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이상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인류가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외부의 자극이 작동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정체성을 찾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교류의 증진으로 인류는 점점 그 조직의 크기를 불려왔으나 민족과 국가 이상으로는 그 연대의 틀을 넓히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미지의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모를까. 현재의 인류는 우리와 외부의 틀이 필요하며 그 최대치의 범위는 아직 민족과 국가입니다.

하라리 교수는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는 연대의 범위를 파격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글로벌 ICT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기업의 국경은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으나 여전히 그 틀은 견고하고 경계는 명확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라는 특이한 동기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촌 시대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듯이, 글로벌 ICT 업계도 비슷한 위기상황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실 이미 나오는 주장이지만 아직 글로벌 ICT 업계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을 겪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동력이 될 수 있는 위기상황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세계의 각 국이 진정한 지구촌 시대로 묶이기 위한 외부의 자극이 코로나19라면, 글로벌 ICT 업계에 있어 이들이 진정한 지구촌 ICT 업계로 뭉치는 외부의 자극은 인공지능과 같은 전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가능하면 그 외부의 자극이 위기가 아닌 기술의 활용과 같은 공통의 고민이자 발전의 여정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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