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St. Louis Fe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새로운 골칫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신흥 시장은 수요 감소와 통화 붕괴에 매우 취약하다. 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신흥시장을 벗어나 안전 피난처인 달러에 몰리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두 차례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달러 매력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달러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경제에 통합되어 있는 시대에, 달러 강세는 달러 부채의 비용 급증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흥국 기업과 정부에게는 추가적인 스트레스다. 신흥시장 중앙은행들 또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도 지나친 인하가 통화 안정을 위태롭게 할 지 모른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TD은행 싱가포르 지사의 미툴 코테차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달러의 급등은 신흥시장에 또 다른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 안정세를 능가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을 피하고 안전 피난처에 몰리면서 신흥시장 자산은 앞으로 당분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터키 중앙은행이 비상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그에 앞서 한국, 칠레, 베트남, 스리랑카,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이 금리를 인하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강세는 세계 무역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시장에 대한 달러 대출이 둔화되면서 신흥국 금융 시장이 긴축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이미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45일 만에 300억 달러(3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추적한 주요 신흥국 통화는 1월 20일, 즉 아시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우려가 시작된 이후,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의 경우 달러 대비 거의 20%나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폭락으로 20여 년 전 외환위기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가들에도 고통이 다가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는 올해 아시아에서 8.9% 하락했고, 한국의 원화는 2010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도 루피도 지난주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싱가포르은행의 토드 슈베르트 채권투자전략팀장도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신흥시장 통화의 역풍이다. 역외 달러 자금에 의존하고 있고 변동환율제도가 있는 국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호주뉴질랜드은행 아시아지역 리서치 본부장 쿤 고는 아시아 신흥시장이 통화관리와 금리인하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있다고 관측했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외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계속 활용할 것이지만, 추세를 막거나 특정 수준을 방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외부 수요가 매우 취약한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와 동시에 일부 통화 약세를 허용하는 것이 전반적인 금융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달러 강세에 시달리는 곳은 신흥시장뿐만이 아니다. 호주 통화도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바운드 관광이나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 정상적인 비즈니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입 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크로네(Krone)도 올해 달러대비 16% 이상 하락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크로네도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계속 흘러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 플레이북을 다시 꺼내 들고 10여개 국가들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