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세청 성공스토리> 레나르트 위트베이·안더스 스트리드 지음, 김지연 옮김, 세상 펴냄.

1976년 스웨덴 국세청 대표단과 경찰이 스톡홀름에 있는 왕립극장을 덮쳤다. 당시 조세회피혐의를 받는 영화 감독 잉마르 베리만을 체포하기 위해서 였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국세청 관료 두 명은 똑같이 검은 색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제7의 봉인’ ‘산딸기’ ‘처녀의 샘’ 등 명작으로 세계적인 예술감독으로 존경받던 잉마르 베리만의 체포 소식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해 4월 22일 프랑스 엑스프레스誌는 “베리만이 스웨덴을 떠났다! 전 재산을 챙겨 떠나버렸다.”며 스웨덴 국세청의 만행을 비판했다.

이후 대체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베리만 감독은 “내가 분노한 것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국세청이 취한 태도 때문”이라면서 “나는 敵(국세청)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열심히 일하고 판단력이 있는 권력자가 아님을 깨달았다.”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으로 스웨덴 국세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국세청은 세금추징 실적을 우선시하는 ‘공포’의 세금 강제집행기관이었다. 납세자의 실수를 찾아내 세수를 늘리는 실적 경쟁이 핵심 임무였다. 가장 많은 돈을 추징한 부서장은 포상으로 부서원들에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2003년 국세청은 ‘좋은 응대는 내적 확신에서 나온다’는 판단 하에 대대적인 납세자 인식 조사를 벌였다. 광범위한 심층 인터뷰조사를 통해 세무 공무원이 납세자를 대하는 태도에 3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납세자를 질책하는, 거만하고 우월적인 타입(A) ▲규칙에 얽매이며, 납세자를 인격체라기 보다는 ‘세금 사안(事案)’으로 보는 타입(B) ▲도움을 주고 공감을 잘 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협력하는 특징을 가진 개방적이고 공감하는 타입(C)이었다.

국세청은 A, B 타입을 C타입으로 변화시키기로 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납세자에 대한 ‘관점’이었다. 세무공무원들은 납세자를 민원인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고객으로 볼 것인가. 이 같은 두 가지 관점이 국세청과 납세자간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납세자를 ‘고객’이라고 정의했다. 그러고는 ‘고객응대 태도’를 급여 산정 항목에 반영했다. 이어 강도높은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고객응대 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납세자가 ‘고객’이 되면서 세무공무원들은 고객이 납부에 실수가 없도록 미리 친절하게 알려주고 기일을 놓쳤다고 하여 범죄자 취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세청 업무에도 다양한 혁신이 이뤄졌다.

지금, 스웨덴 정부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국세청이다. 2012년 설문조사에서는 국민의 83%가 국세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2011년에는 337개 정부기관중 ‘가장 현대적인 기관’ 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민간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공공·민간단체를 통틀어 전체 7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무공무원 2인이 저술한 이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우리는 단지 법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