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WHO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서 게임을 하라"고 언급해 게이머 및 관련 산업의 공분을 사고 있다. WHO는 지난해 5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 ICD-11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게더엣홈(TogetherAtHome)’ 해시태그를 달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자”고 적었다.

투게더엣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산된 일종의 캠페인이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집에서 실내 활동을 하고 외출을 자제하자고 독려한 셈이다. 실내 활동의 예로 음악과 독서, 게임을 언급한 것이다. 

▲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실내 활동을 독려했다. 출처=갈무리

이중 게임에 대한 언급이 공분을 샀다.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한 WHO의 사무총장이 할 말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WHO는 지난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총회를 통해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6C51’이라는 질병 코드를 부여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이 반영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은 오는 2022년 1월 발효된다. 

즉 WHO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행위를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처럼 질병으로 규정하고 관련 의료 체계를 만들기로한 셈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아직까지 질병으로 규정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처방,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거라는 우려에 반대가 거셌지만 결국 통과됐다.

물론 WHO가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취지로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아니다. WHO는 게임에 과몰입 하는 행위를 질병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을 섣불리 통과시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게이머들의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에 대한 일반적인 반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는 코로나19 초기 미온적인 자세로 방역에 임했으며, 시종일관 중국을 감싸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반감이 그의 게임에 대한 과거 행적, 나아가 이번 트위터 글과 만나며 격렬한 화학반응이 벌어지는 셈이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게 벌어짐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등 태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게이머를 비롯한 일반인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선 WHO의 개정안을 한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도입할 지에 대한 선택이 남았다. 이에 대한 정부부처와 업계, 학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만약 국내 질병코드에 등록될 경우 그 시기는 오는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