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코로나19 충격에 기업 자금조달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3월 한달간 공모채 시장에 증권신고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탓이다.

국내 기업들은 수년간 회사채 시장에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회사채 만기일에 차환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최근 기관들의 갑작스런 투자 위축으로 자금조달에 급제동이 걸렸다.

기업들은 그동안 저금리 심화로 회사채 시장에서 값싼 가격에 조달했지만 이러한 현상이 되레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다.

특히 2018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회사채 시장은 유례없이 호황을 누리면서 기업들은 잇따라 회사채를 증액 발행했다. 투자수요가 몰려 기존 모집액에 두배 이상 증액 발행했다는 소식은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였다.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일수록 증액 발행 규모가 컸다. 우량 기업 중 일부는 수요가 몰려 희망 공모금리보다 금리가 떨어져 수십억원의 이자를 절감하는 이득을 보기도 했다.

문제는 자금조달 방식이 한 쪽으로 쏠려있어 유동성이 막힌 현 시점에 상환 압박이 커졌다는 점이다.

사모채 또는 공모채 방식의 자금조달 방식을 고집해온 탓에 차입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이 많아졌다. 저신용등급의 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에서 고금리를 얹어서라도 차환을 진행해 악순환의 고리를 키웠다. 투자자는 고금리의 수익을 가져갔지만 발행자인 기업은 비용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실적이 장기간 부진한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부터 불안한 상황이 계속 돼왔다.

우량채권으로 쏠리는 회사채 양극화 현상도 저 신용등급 유동성 문제를 크게 확산시켰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해 일부 기업은 보유했던 건물을 급하게 매각하거나 전환사채(CB) 발행까지 하는 극단적인 대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회사채 시장은 기업들의 대표적인 직접금융시장으로 활용됐지만 해당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장기간 실적이 부진해질 경우 기업의 기초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저신용등급 기업은 고금리의 악순환에 빠지고 우량채권 기업들은 증액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다가올수록 막대한 금액을 갚아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아무리 영업실적이 높아도 한쪽으로 쏠린 불안한 자금조달은 차입 의존도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투자 감소로 유동성이 막힌 현 시점에서 당국의 금융지원 파이프라인이 원활하게 작동되면 자금난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기업이 먼저 해결 방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또한 향후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더라도 유동성 위험을 더욱 경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