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폭스바겐코리아가 단 한 모델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주인공은 티구안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티구안의 저력에 힘입어 작년 3월 국내 수입차 업체 판매량 기준 최하위권에서 지난달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폭스바겐은 올해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지난달 호실적을 세움으로써 브랜드 파워 뿐 아니라 티구안의 높은 상품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폭스바겐 티구안의 측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국내서 출시된 티구안 2.0 TDI는 현대자동차 투싼, 기아자동차 스포티지와 동급으로 분류된다. 주요 제원으로 전장 4485㎜, 전폭 1840㎜, 전고 1665㎜, 축거 2680㎜ 등 수준을 갖췄다.

티구안의 외관은 지난 2008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형돼왔지만 12년 지난 올해 출시된 모델에서 획기적인 변화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식별 모델마다 당시 자동차 외관 디자인의 트렌드가 반영돼 패밀리룩과 조화를 이룸에 따라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갖췄다.

2020년식 모델엔 폭스바겐 엠블럼과 함께 수평형 그릴이 전조등의 라인과 연결돼 있고 보닛 라인은 무난하지만 강인하고 입체적인 인상을 구현했다. 앞바퀴를 덮은 펜더에서 시작해 1~2열 문 손잡이를 지나 후미등까지 연결된 굵은 선의 캐릭터 라인도 든든한 감성을 자아낸다.

▲ 티구안의 대시보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인테리어 디자인은 더욱 단순하다. 도어 안쪽 손잡이 상단과 송풍구, 계기판을 감싸는 은색 라인을 제외한 대부분 요소들이 평범한 회색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졌다. 시트도 화려한 박음질(스티치) 마감이나 무늬 없이 상용차에 가까운 단순함을 보인다.

계기판도 디지털 아닌 바늘과 눈금으로 구성됐고 가운데 간단하게 차량 관련 정보를 2D 그래픽으로 표시하는 화면이 탑재됐다. 기어스틱이나 센터페시아 주위에 배치된 기능별 버튼도 많이 탑재되지 않고 딸깍거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갖췄다. 세련된 디자인이나 터치 등 디지털 형식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는 너무 평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반면 단순미를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매력으로 느껴질 만한 특징이다.

▲ 티구안의 2열 좌석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준중형급 수입차 임에도 4000만원대의 구매가를 책정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도어에 야간 주행 중 볼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장착하는 등 소소한 요소들을 적용함으로써 식상한 느낌을 털어냈다.

2.0리터 배기량의 디젤 터보 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가 탑재된 티구안은 최고출력 150마력(hp), 최대토크 34.7㎏f·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하지만, 같은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투싼·스포티지(186hp, 41.0㎏f·m)에 비해 힘이 확연히 처진다는 평가도 받는다. 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도 차가 서서히 가속하며 도로에서 속력을 높이고 싶어도 잘 따라주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다.

같은 급의 국산차 모델이나 가솔린 모델을 자주 탔던 고객이라면 티구안의 구동력에 당황할 수 있다. 추월 차로인 1차선에서 정지 신호를 받아 멈춰선 뒤 다른 차량이 뒤에 붙어 서 있으면 신경 쓰일 정도다. 같은 속력과 가속력을 내기 위해 타 모델보다 좀 더 깊이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익숙해지고 나서는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수준이다.

티구안은 소음 측면에서 전형적인 디젤 모델의 감성을 자아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1~3단 등 저단 기어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엔진 회전음이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다른 동급 국산모델에 비해 기어 단수가 상승하는데 필요한 엔진 회전수(rpm)가 높게 설정돼 있어 엔진음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다. 티구안은 1단에서 7단까지 올라가는 내내 2000rpm을 넘어서야만 변속된다.

변속 충격은 느껴지지 않지만, 속력이 어느 정도 높아짐에 따라 발생한 노면 소음이 상쇄하기 전까진 엔진음이 거슬릴 정도로 크게 들린다. 풍절음도 시속 80㎞ 이상 달릴 때 운전석 앞유리에서 많이 들린다. 아쉬운 부분도 많다는 뜻이다.

▲ 티구안의 연비가 기록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화면.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티구안의 각종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을만한 특징도 선명하다. 특히 높은 연비가 꼽힌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강원 화천군까지 왕복하는 81~83㎞ 구간을 달린 후 연비를 측정했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내리고 급제동을 두어 번 실시했지만 최대한 정속으로 관성 운전을 실시했다. 창문을 열거나 공조 기능을 켜진 않았다. 이 때 기록한 연비가 각각 19.0㎞/ℓ, 19.3㎞/ℓ다. 공인 복합연비 13.1㎞/ℓ를 상회한다.

티구안은 이밖에 곡선 주행에서 몸이 비틀리는 정도를 낮춰주는 등 안정성을 발휘하는 장점도 갖췄다. 과속방지턱이나 움푹 패인 장애물 등을 지날 때도 차량이 출렁이거나 경직되지 않고 적당한 수준으로 충격을 흘려보낸다. 차선이탈방지,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보조 기능은 발이나 손목이 피로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 무난한 성능을 발휘한다.

티구안은 현재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4모션 프레스티지 등 세 트림 각각 4117만원, 4411만원, 4757만원(부가세·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포함)에 판매되고 있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최고급 트림이 3000만원 초반 가격대에 판매되는 점에 빗댈 때 ‘수입차 프리미엄’의 규모는 1000만원에 상당하는 수준을 보인다. 수수한 외모를 갖췄지만 내실 있는 폭스바겐 양산형 모델에 마음이 끌리는 고객이라면 티구안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열 좌석을 접기 전(위쪽)·후 모습을 비교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