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보물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가까운 곳을 차근차근 둘러보면 발견할 수 있는 게 ‘보물’이 아닐까 싶다. 남산을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건만 그날따라 주변을 찬찬히 보니 낭만적인 느낌의 적벽돌 레스토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나무벤치와 연인이 서로 손을 얹고 사랑을 맹세한다는 손 조각상(Promise of Love)이 보인다. 예쁜 꽃과 녹색식물 등이 어우러져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내부는 어떨지 궁금하게 한다. 올해로 개업한지 34년이 됐다는 남산 위 터줏대감 ‘촛불 1978’이다.

‘촛불1978’의 내부는 오래된 목재를 사용한 고풍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와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칸막이가 돋보이는 곳이다. 메뉴는 이탈리아의 맛을 대표하는 곳 토스카나 지방의 풍부한 조리 방식과 자연스런 스타일이 특징이다.

100년 전 가스등을 개조한 조명이 각 테이블 마다 놓여있어 고풍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오후 2시에 방문한 ‘촛불1978’은 채광이 들어와 환하고 밝은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모든 조명을 다운시키고 각 테이블마다 촛불을 밝혀 아늑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탈바꿈 한다. 남과 밤이 180도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촛불1978’ 정몽주 지배인은 “이 곳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해 결혼 한 부부가 아들의 프로포즈를 위해 직접 예약해서 결혼 한 케이스가 있다”며 “성공률은 99%이며 심지어 외국에서 미리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촛불타임도 있다. 저녁이 되면 프로포즈를 준비한 연인을 위해 전체 소등 후에 촛불만 켜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케익과 꽃다발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프로포즈를 받는 주인공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단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작은 분수와 미니정원도 있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장미 꽃잎을 이용해 하트를 만들어 놓고 테이블 셋팅 후 초도 가져다 놓는 등 매번 콘셉트를 바꾼다니 이곳에 방문할 때 마다 이벤트를 받는 느낌이 들겠다.

먼저 이름만 들으면 생소하지만 맛이 어떨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간장게장 파스타’를 먹어봤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간장게장을 이용해 요리한 파스타로 오동통한 게살과 올리브 오일의 조화가 담백하다.

짜지 않은 간장게장의 게살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게살 특유의 바다 향과 고소함이 입 안에 퍼진다. 비릿함 없이 담백한 간장게장에 밥 대신 퓨전으로 파스타와 함께 먹는 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파스타의 이름에 놀라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화에 두 번 놀라게 된다.

‘간장게장 파스타’에는 깔끔한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이에 ‘촛불1978’ 정몽주 지배인은 ‘킴 크로포드 쇼비뇽 블랑(Kim Crawford Sauvignon Blanc/ 3만8000원)’을 추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다음은 ‘갈비살 스테이크’다. 소갈비살에 마늘, 아스파라거스, 브로컬리, 가지 등을 그릴에 구워 함께 내놓은 요리로 스테이크를 정통한식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다. 눈까지 즐겁게 하는 오리엔탈 소스와 발사믹 소스, 야채의 화려한 토핑 뿐만 아니라 맛 또한 매번 먹던 스테이크와는 달리 달콤한 갈비를 조금 더 품격 있게 먹는 느낌을 준다. 가끔은 우아한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이나 바이어를 접대할 때 가장 많이 찾는 요리라고 한다.

정 지배인은 “스테이크랑은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며 산타리타 120 멜롯(Santa Rita 120 Merlot/ 2만8000원)을 권했다. 부드러운 스테이크와 달콤한 와인이 요리의 맛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촛불1978’에 방문했다면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가 ‘퐁듀’ 아닐까 싶다. ‘퐁듀’는 프랑스어 ‘fondre (녹이다)’에서 유래된 말로 꼬챙이 끝에 음식을 꿴 후 녹인 치즈, 초콜렛, 소스 등에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 요리다. 런치 코스 메뉴에서 제공되는 ‘해산물과 닭다리살 구이 치즈 퐁듀’는 프라이팬에 구운 새우·오징어·갑오징어·바지락·낙지·마늘과 바케트 빵이 함께 제공된다. 여기에 그릴에 구운 큰 새우와 닭가슴살도 함께 나온다.

이때 정 지배인은 “스위스에서는 치즈를 묻혀서 먹다가 빠트리면 연인은 키스를 해야 하고 가족, 친구들끼리는 식사 값을 계산하는 풍습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설명을 해주면 먹는데 즐거움이 두배로 커진다”고 말했다. 알콜 램프 위 부드럽게 데워진 치즈에 기호에 맞는 음식을 찍어 먹으면 짭짤하면서 고소한 맛이 입 안에 행복한 맛을 선사한다. 그릴에 구워 제공된 야채 또한 담백하고 치즈와의 조화가 느끼함이 없어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코스에는 ‘퐁듀’ 뿐 만 아니라 오늘의 스프·빵·샐러드에 ‘양갈비 치즈 퐁듀’나 ‘해산물과 닭다리살 구이 치즈 퐁듀’가 제공된다. 티저트로는 ‘모나무르(Mon amour)’를 추천한다. ‘연인’ 이라는 뜻의 ‘모나무르’는 디너 코스에서 제공되는 디저트로 소프트 생크림,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에 각종 과일이 예쁘게 데코레이션돼 있다. 식사를 마친 후 포만감이 밀려와도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포크를 내려놓을 줄 모르게 한다. ‘촛불1978’의 디저트는 파티쉐가 매달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고 하니 색다른 디저트를 맛보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겠다.

추천메뉴 ‘갈비살 스테이크’ 2만3800원, ‘간장게장 파스타’ 1만3000원, ‘해산물과 닭다리살 구이 치즈 퐁듀’ 3만2800원(런치코스 주문시 포함 가격)
위치 서울 중구 예장동 8-38
문의 (02)757-1978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