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먹거리·생필품 판매에 그치던 편의점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항공권을 판매하더니, 최근에는 가상통화 대금 결제, 무통장 송금, 증권사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 상반기 시작된 서비스도 많다. 24시간 배달, 1인 가구용 임대 창고(셀프 스토리지) 기능도 편의점이 담았다.

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공산품, 식품류에서 시작한 서비스 무한확장은 택배, 배달 등 생활 밀접형 아이템을 넘어 금융, 온·오프라인 연계 등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정된 공간, 늘어나는 인건비, 수익성 부담, 업계간 서비스 경쟁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지면서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인상적인 것은 타 업종과 같은 ‘출혈경쟁’식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모르는 사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었고, 소비자와 가맹 점주들의 권익도 늘었다. 실적도 좋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의 매출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체 채널 중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 CU가 안쓰는 물건을 보관해주는 서비스 '마타주'를 개시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빅2 GS25·CU “차별화를 추구한다” 

과거의 편의점이 단순히 간식용 식품류와 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였다면 지금의 편의점은 HMR(도시락, 가정간편식), 금융, 배달, 즉석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외적 성장에 한계를 맞은 GS25, CU등 업계 1~2위 업체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편의점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 CU다.

CU는 지난해 편의점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24시간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은 1분기 기준 50여 곳이며, 테스트 서비스 이후 전국 5000여 점포에서 이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짐 보관 서비스 '마타주 셀프 접수'를 개시했다. 마타주 셀프 접수는 가정 또는 사무실의 물건을 외부 지역 창고에 보관해 주는 '임대창고(셀프 스토리지)' 개념의 상품이다. CU 매장에서는 의류, 침구류 등 계절성 아이템을 접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상품들도 많다. 업계 최초로 ‘네이버 간편주문’을 통해 물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전산 시스템 개편을 통해 ▲오드리세탁 서비스 ▲홈택배&CU끼리 택배 ▲무인복합기 ▲가상화폐 결제 ▲무통장 송금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GS25 직원들이 냉장보관서비스 'BOX25' 기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역시 다양한 차별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GS25는 지난달 30일 업계 최초로 냉장 택배 픽업 보관 서비스 ‘BOX25’를 선보였다.

BOX25는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냉장 신선 식품을 구매하고 픽업 장소를 GS25 점포로 선택하면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배송 물품을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보관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냉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GS25가 최초다.

GS25는 연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800여 점포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며,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를 비롯한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과의 서비스 제휴도 늘린다.

지난 3월에는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편의점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해상과 손잡고 출시한 ‘무배당 하이펫 애견보험’은 배상책임 보장, 장례비 보장이 특화된 상품이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삼성증권의 금융 서비스를 GS25 편의점 ATM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GS25 ATM의 무(無)수수료 현금 인출 금융사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등 8곳으로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이슈가 더해지면서 편의점 업계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지고 있고, 이에 업체들은 외형 성장과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제품 판매 가격이 비슷비슷한 소매업의 특성상 업체들은 저가 출혈경쟁이 아니라 한 매장이 소화할 수 있는 서비스 품목을 늘리는 데 전력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