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의 스타트업 때리기가 선을 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기점으로 대기업을 악의 축,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더니 이제는 큰 꿈을 꾸는 스타트업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삼아 죽창을 치켜들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시장을 조율하고 올바른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도리어 민간 사업자를 몰아내고 정부가 압력을 넣거나 아예 키를 잡겠다는 발상까지 보여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 포퓰리즘이 횡행한다는 비야냥까지 나오는 이유다.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타다, 융단폭격 당하는 배민

한 때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로 꼽히던 쏘카 VCNC의 타다가 조만간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여객운수법 예외조항을 파고들어 11인승 택시 운행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결국 큰 꿈을 접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다는 서비스 초기 택시의 질낮은 서비스에 반발한 시민의 정서를 자양분으로 삼아 편리한 콜택시로 시장에 인착했으나, 이후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조율하는 등 다양한 ICT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발전하려는 행보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레클과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 실험에 나서면서 큰 틀에서의 라이드셰어링 종합 플랫폼의 비전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타다를 비판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논란 초반 사태를 관망하던 정부는 돌연 택시업계의 손을 잡고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택시와의 무조건 협력을 전제로 하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강요했고, 이에 카카오 모빌리티 및 KST 모빌리티 등은 협조했으나 타다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택시와의 협업을 통한 모빌리티 전략도 필요하지만 ICT 플랫폼 중심의 모빌리티 플랫폼도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논리다.

▲ 사진=박재성 기자

정부는 그러나 타다의 주장을 묵살했고, 이 과정에서 타다와 타다 외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반목도 심해졌다. 정부와 국회가 교묘하게도, 모빌리티 기업이 그토록 원하던 플랫폼 택시 로드맵 가이드 라인 설정과 타다 금지법을 함께 엮었기 때문이다. 결국 예외조항을 바탕으로 불법이 아닌 서비스에 나서던 타다는 법원으로부터 서비스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국회에서 박홍근 의원실의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결국 서비스 종결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10일 타다는 결국 완전히 멈출 예정이다. 차고지 계약은 속속 끝나고 있으며 보유 차량은 쏘카에 흡수되거나 중고차 판매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타다 드라이버들은 회사와 소송전에 돌입했고, 쏘카 VCNC는 인력감축에 들어갔다.

타다가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 나아가 ‘묻지마 스타트업 압박’으로 무너졌다면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아예 운전대를 빼앗길 기세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오픈서비스를 시작하며 수수료 0%, 광고모델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대신 건별 수수료 정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수료 모델이 발표되자 소상공인연합회 등 일각에서 점주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비난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사실 문제가 불거질 당시만 해도 충분한 협의를 통한다면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이미 오픈서비스 출시 소식을 알렸으며, 오픈리스트로 인해 울트라콜 체제의 깃발꽂기 폐혜를 걷어내는 한편 대다수 점주들의 이득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점주들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반발하기는 했으나 이 역시 시스템이 안착되고 시장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정리되고, 또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중량감있는 정치인들이 돌연 현안에 개입하며 문제가 커졌다. 특이 이재명 지사는 SNS를 통해 배달의민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한편,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인들도 현안에 가세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 출처=배달의민족

책임질 수 있는가

타다 이슈에서 보여준 정부의 행태는 말 그대로 ‘일방행정’의 전형이다. ICT에서 처음 집중해 이를 뿌리로 삼아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원천봉쇄하고, 그 대가로 정부는 택시업계의 칭잔과 지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매몰되어 미운털이 박힌 만만한 스타트업만 조리돌림하는 모양새다.

배달의민족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일방행정을 넘어 아예 정부가 운전대를 잡겠다는 괴랄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달의민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중재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나아가 이재명 지사의 주장처럼 배달의민족이 악독한 기업이고 존재해서는 않되는 기업이라면, 차라리 영업정지를 단행하거나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처단해야 한다.

배달의민족, 나아가 배달시장 전반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묘하게 뒤틀려있다.

먼저 최근의 논란을 조명하면, 배달의민족이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되면 시장 독과점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현재의 배달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배달‘앱’ 시장만 봐서는 푸드테크 전반으로 뻗어가는 배달의민족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해할 수 없고, 무엇보다 네이버와 쿠팡 등 포털 사업자와 이커머스 사업자의 행보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오픈리스트가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정책인지 아닌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일각에서 지적하는 ‘배달의민족이 혁신인가’라는 비판도 덧없는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2020년 현재 갑자기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만나고 싶다면 수령님의 위대한 영도를 통해 모든 인민이 행복해하고 있다는 그 어딘가의 혁신적인 유토피아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괴랄한 수준이다. 경기도 및 몇몇 일부 지자체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배달의민족을 ‘혼내주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이런 전략을 세웠던 공공 배달앱이 처음은 아니고, 또 모조리 사라졌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실제로 2013년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만들었던 착한 배달앱 샤달은 한 때 돌풍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지금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공공 배달앱을 ‘뚝딱’ 만들면 순식간에 배달의민족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지경이다. 여기에 왜 배달의민족만 문제삼는지도 모르겠다. 플랫폼이 수요자의 고혈을 짠다고 비판할 것이면 현존하는 모든 O2O를 비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산의 명수와 같은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에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도 간과되는 것 같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온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주식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서울시의 제로페이를 끝으로 그만 봤으면 한다.

나아가 공공 배달앱과 같은 발상이 계속되면, 정부가 민간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민간시장의 플레이어를 죽이고 정부가 모든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고착화될까 두렵다. 관료들의 뛰어나고 영민하며 재기발랄한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기업을 국유화시킨 나라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참고로 군산의 명수라는 앱을 살펴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 UI네?’

▲ 출처=배달의민족

스타트업마저 죽이면 어쩌라는 건가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 국정농단 사건을 기점으로 탄생해 적폐청산의 죽창을 높게 들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한편 코로나19라는 최악의 고난이 시작되며 일정정도 경제계와의 협력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대신 스타트업을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점지한 분위기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굴지의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며 그 영향력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가는 수준이다. 다만 스타트업 업계는 그 어떤 기업군과 비교해 글로벌 시장을 순식간에 강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만만한 스타트업을 표적으로 삼아 다시 한 번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프로레슬링 무대에 올라 강력한 상대와 싸우다 본인이 다칠 것 같으니, 이번에는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만만해보이는 다른 상대를 점지해 주먹을 날리며 ‘피’를 보고싶어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는 저열함. 물론 정부가 이런 저열함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지만, 최소한 의심을 걷어내는 적극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가 민간의 시장에 개입해 좋은 사례를 내는 일은, 특히 ICT 분야에서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플레이어의 부족한 모습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야지, 아예 정부가 전면에 나서 무언가를 하자는 발상은 선을 넘은 행동이다.

현 정부는 유능한 정부며, 온 국민의 많은 지지를 받는 성공할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의 ICT 정책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혹시 4차를 넘어 5차, 6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여전히 관료와 정치인들이 ‘사농공상’ 마인드에 갇혀 기업하는 사람들, 특히 ICT 업종의 스타트업을 천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추후 퇴직한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떨어질 유관기관을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말도 않되는 추측이자 망상이지만 최근 정부의 행보는 ‘무슨 일이 벌어지지 몰라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