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여야는 긴급재난지원금 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초 정부의 방침은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지만, 각 정당과 지방자치단체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1인당 50만원에서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어놓고 있다. 지난해 나라 빚이 1700조원을 돌파해 한 해 국가 예산의 3배 이상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결정은 자칫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지급규모와 시기, 지속여부만이 문제될 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으로 ‘돈 풀기’를 선택한 국가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민들을 상대로 1인당 평균 1200달러(약 146만원)를, 이달 초 아베 행정부 역시 일 국민들을 상대로 코로나 19로 소득이 줄어든 1000만 가구에 30만엔(약 340만원)을 현금 지급하기로 각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각 가정마다 ‘푼돈’을 나누어주는 이번 조치는 단기적 차원에서 우리 경제에 언 발에 오줌 누는 정도의 효과는 줄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코로나19의 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번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에 한국은행은 정부의 대규모 추경 적자 예산 편성에 발맞추어 3월 기준금리를 0.5%낮추고, 앞으로 3개월 간 금융기관이 요청한 금액을 전액 사들이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해 ‘한국형 양적완화’시대를 열었다. 지금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 역시 우리 뿐 아니라 미국, 유로존에서도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는 것이니 우리도 따라가는 형국이지만, 과연 이번에도 ‘돈을 푸는 것’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아야 한다.

이번 위기 상황은 이전의 것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외환관리를 잘못하여 발생한 1997년 IMF 외환위기, 미국 금융회사가 금융상품 관리를 잘못하여 발생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국가들의 국가 부채 관리 실패에서 비롯한 2011년 유럽재정위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철저히 ‘실물경제’로부터 비롯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위기는 대면 접촉으로 확산되는 전염병의 특성상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산과 소비를 하는 현장 에는 모두 영향을 미쳐, 결국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지 않고 공급과 수요가 서로 어긋나는 상황에서는 각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제 아무리 돈을 뿌린다 한들 이 돈은 증시 등 금융 시장으로 스며들어 마치 경제가 살아나는 듯한 착시현상만 일으킬 뿐, 실물경제를 되살리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결책은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상황은 코로나19 전염으로부터 시작된 것인 만큼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병인을 차단하고,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환경을 개선하여 하루 빨리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에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덕분에 생산이 늘어 실물경제, 금융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레 일어날 일들이다. 돈을 풀되 무엇을 위한 ‘돈 풀기’여야 하는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