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QC의 전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작년 10월 출시한 EQC는 국내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처음 연 의미있는 모델이다. 출시 후 6개월이 지난이달까지 해당 차급 시장의 단독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EQC는 타사에서 넘보기 어려운 상품성까지 갖춤으로써 현재 국내에서 구축한 독보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EQC의 측면부.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EQC의 실내·외 규모는 국산차 가운데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2019년식 모델과 비슷한 수준을 갖췄다. EQC의 주요 제원으로 전장 4770㎜, 전폭 1890㎜, 전고 1620㎜, 축거 2875㎜ 등 규모를 보인다. 쏘렌토보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20㎜, 70㎜ 짧은 대신 축거가 95㎜나 길다. EQC가 쏘렌토보다 약간 짧고 낮은 외관 형태를 갖춘 동시에 실내 공간이 더 넓은 셈이다.

▲ 2열 좌석에 앉아 레그룸 규모를 측정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EQC에는 앞·뒷차축에 각각 다른 주행 상황에서 효율을 구현하는 듀얼 전기모터가 장착돼 최고출력 408마력(hp), 최대토크 77.4㎏·m 등 수준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5.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EQC는 또 80㎾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갖춰 1회 완전 충전 시 309㎞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라는 차종에 걸맞은 주행 성능과 방음 능력을 발휘하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EQC의 핸들(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고, 페달은 발목에 부담 가지 않을 정도의 저항감을 갖췄다.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감속·가속하기 수월하다.

▲ 대시보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스티어링 휠의 회전각 대비 차량의 조향각(조향 기어비)가 큰데다 동급 내연기관 모델 대비 긴 축거를 갖춤에 따라 곡선 주행 시 높은 안정감을 발휘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역(ㄱ)자에 가까운 커브길을 지날 때도 몸이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잘 차단한다. 또 가파른 오르막길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잘 오른다. 경사로에서 속력을 높일수록 계기판에 표시되는 전력 소비량이 더욱 줄어드는 것을 볼 때 높은 구동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과 브레이크 페달은 국산 중형 SUV에 비해 약간 민감한 반응성을 보인다. 이 같은 반응성을 바탕으로 훌륭한 가속력과 제동력을 발휘하지만 급발진·급제동을 하지 않기 위해선 페달을 세심하게 조작할 필요가 있다.

EQC는 차량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는 지점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구동음은 이명(耳鳴) 수준으로 작게 들린다. 또 고속 주행을 할 때 노면 소음이나 바람 가르는 소리(풍절음)을 동급 모델 대비 훌륭히 차단한다. 전기차의 정숙한 감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EQC가 다른 전기차보다 우수한 방음 능력을 갖췄음을 느낄 수 있겠다.

▲ 전비가 4.9㎞/㎾h로 기록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전기차의 연료효율(연비)에 해당하는 전비(電比)는 공인 수치보다 실제 더 높게 나온다. EQC를 타고 서울 용산구에서 경기 남양주시 금남리까지 55㎞에 달하는 구간을 달렸다. 서울 시내에서 정지 신호에 멈췄다 서길 반복했지만 올림픽대로를 지나 목적지에 도달하는 동안 원활하게 주행했다. 창문을 열거나 공조 기능을 작동시키지 않았고 급제동·급발진도 실시하지 않았다. 주행모드는 일반 모드인 커스텀 모드로 설정했다. 이 때 기록한 전비는 4.9㎞/㎾h로, 공인 수치 3.2㎞/㎾h보다 높다.

EQC가 국내 유일 중형 전기 SUV로서 다양한 강점을 발휘하는 반면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노면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은 동급 타사 모델에 비해 다소 뒤쳐진다. 과속방지턱을 다소 빠르게 지날 때 차량 앞바퀴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또 장애물을 극복하는 동안 처음 발생한 충격에 이어 발생하는 2차 흔들림을 다소 둔탁하게 잡음에 따라 탑승자 몸이 불편하게 흔들린다.

또 운전석 앞 대시보드 부위에 넓게 탑재된 스피커는 화창한 낮 주행할 때 앞유리에 너무 선명히 반사돼 운전자 시야를 가린다.

EQC의 다양한 강점들을 상쇄하는 가장 큰 요소는, 우리나라 환경부의 전기차 주행거리 평가 항목 일부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점이다. EQC는 전기승용차 평가 기준 상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 주행거리의 60%(185.4㎞) 이상이어야 하지만 실제 55.3%(171㎞)에 불과한 수준을 갖췄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하고 부가세를 포함한 EQC 소비자 가격은 1억360만원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전기차들에 정부 보조금만 400만(르노 트위지)~820만원(한국지엠 볼트 EV) 정도 지원되는 점을 감안할 때 EQC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벤츠가 작년 10월 출시한 이후 반년 지난 4월 14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EQC를 37대 밖에 판매하지 못한 점은 가격에 대한 진입장벽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를 무상 설치해주고 1년 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카드를 제공하는 등 판촉에 나섰다.

EQC는 각종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전기차 시장을 개척했다는 타이틀을 따냈다. EQC가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앞으로 합리적인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본다.

▲ 뒷좌석을 접은 뒤 확보된 적재 공간.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