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뉴욕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 확산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에 급등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58.99포인트(2.39%) 오른 2만3949.7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84.43포인트(3.06%) 뛴 2846.0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3.32포인트(3.95%) 폭등하며 8515.74로 마감했다. 이로써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3월23일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며 이론상 약세장을 탈출했다. 다우지수는 이미 지난달 말 약세장을 벗어났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기업 실적, 주요 경제 지표 등을 주시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났고, 조만간 경제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미국과 유럽 등 핵심 발병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나 사망자가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기대가 강해졌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피해가 집중된 뉴욕주의 앤드류 쿠오모 지사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뉴욕주 전체의 입원 환자가 총 1만8697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며 "우리는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입원 환자는 전날보다 300명 이상 감소했다.

경제 활동의 재개도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 브리핑에서 "나라를 열기 위한 계획을 완성하는 데 거의 접근했다. (경제활동 재개가) 예정보다 빠르길 바란다"면서 "주지사들이 주를 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한 아주 중요한 새 지침을 곧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미국의 다수 지역에서는 오는 5월 1일 경제를 재개하는 것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기대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 등을 포함해 단계적으로 봉쇄 정책을 완화하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활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유럽증시도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 거래일보다 2.11포인트(0.64%) 오른 333.91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 지수는 131.82포인트(1.25%) 뛴 1만696.56, 프랑스 CAC 지수는 17.06포인트(0.38%) 상승한 4523.91로 마감했다.

반면 영국 FTSE1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35포인트(0.88%) 내린 5791.31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부터 본격적인 어닝시즌(실적발표시즌)을 맞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충격은 우려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어닝시즌의 첫 주자인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존슨앤드존슨(J&J)의 1분기 순이익과 매출은 모두 시장 예상을 넘어섰다. J&J 주가는 약 4.5%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수혜가 예상된 아마존은 5.28% 급등한 2283.3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올 1분기 S&P 500 소속 기업들의 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2분기 이익 감소폭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S&P 500 소속 기업들의 평균 이익이 33%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IMF(국제통화기금)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올해 전 세계 경제가 3% 역성장한 뒤 내년 5.8% 성장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10% 넘게 폭락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합의한 감산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과공급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선물은 전장 대비 2.30달러(10.26%) 폭락한 배럴당 20.11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9.95달러까지 떨어져 심리적 마지노선인 20달러가 무너지기도 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6월 선물도 2.14달러(6.7%) 급락해 배럴당 29.60달러로 체결됐다. 이달 1일 이후 최저다.

전날 확정된 사상 최대의 감산에도 유가는 더 떨어졌다. 역대급 감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붕괴를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더욱 힘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석유 수요 감소량 추정치인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장보다 11.90달러(0.68%) 상승한 1756.7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약세였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45센트(0.45%) 내린 98.88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