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외출도 일제 삼가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생활이 4주째가 되어 간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TV에 나오는 때문인지 400가구가 넘게 사는 아파트 건물임에도 복도에서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드물 정도다.

거의 유일하게 마주치는 사람은 아파트 1층에 있는 경비원들뿐이다.

1일 3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자택대피령으로 인해 집에만 있는 사람들이 주문해대는 온라인 쇼핑물품들로 인해서 이전보다 더 바빠보인다.

이들은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근무하는데 자차로 이동하는지, 마스크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

우연인지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자택대피명령이 내린 후 유일한 외출은 집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을 가는 것인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오히려 사람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평소에는 늘 한적한 슈퍼마켓이었는데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히려 북적거리는 이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는 계산원들은 또 모두 중남미계 미국인들이다.

평소에는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먹더라도 점심은 출근해서 사먹고는 했는데 하루세끼를 매일 집에서 먹으려니 이마저도 좀 지루해져서 아주 간혹 음식을 배달시켜먹는데 이때 음식을 배달해주는 사람들은 아프리카계나 중남미계 미국인들인 경우가 대다수다.

사람들이 집에만 머물러서 아무리 유동인구가 줄었다고 해도 이들은 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될텐데, 안전이 우려되는 와중에 실제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들이 입는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서 사망한 사람들의 75% 가량이 아프리카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시카고의 아프리카계 인구는 전체의 30%이하 수준이다.

시카고가 포함된 일리노이주 전체로 보면 아프리카계 주민의 비율이 15%인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중 43%가 아프리카계고 사망한 사람의 28%가 아프리카계다.

이달초 뉴욕시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는데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아시아계의 경우 8명으로 가장 낮았고 백인은 10.2명으로 나타난 반면 아프리카계의 경우 19.8명, 중남미계의 경우 22.8명으로 나타나 인종별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프리카계나 중남미계 미국인들이 유전적으로 더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인가라는 의문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경제사회적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답변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모든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지금도 현장 일선에서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많은 숫자가 중남미계와 아프리카계가 많다고 분석했다.

슈퍼마켓 점원, 버스기사, 청소부 등의 75%가 소수인종이며 청소부의 60% 이상은 중남미계이고 버스기사의 40%는 아프리카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 재택근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현장근무자들이 많은 아프리카계와 중남미계 사람들이 업무와 출퇴근 사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이 많았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와 관련된 데이터에서도 뉴욕시 평균 소득인 6만달러 미만의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있는 응급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즉, 인종문제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가까운 것인데 이는 최근 뉴욕시의 슈퍼마켓 매출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유층이 몰려사는 맨해튼의 어퍼이스트나 어퍼웨스트에서는 자택대피명령이 내려진후 슈퍼마켓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맨해튼 외에도 외곽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는 원활한 출퇴근을 위해서 맨해튼에 머물렀으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인구가 밀집된 맨해튼이 위험하다고 판단되자 외곽의 주택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아예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슈퍼마켓 판매가 줄어들었는데 이들은 대거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수입이 없어지면서 식료품을 구입할 돈이 수중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이 붐비는 지역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소득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중산층들이 밀집된 지역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