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내 차 오래 잘 타기’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축됨에 따라 큰 돈 들여 신차를 구매하는 대신 현재 자차를 관리하고 꾸미는데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자동차 시장 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 출처= 불스원

내 차 타기 트렌드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올해 1분기 신차 구매 수요는 코로나 19 사태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위축됐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3월 내수 신차 등록대수는 38만8578대로 전년동기(41만3821대) 대비 6.1% 감소했다.

물론 정부가 신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는 등 요인 덕에 지난 3월 내수 실적(17만2956대)은 전년 대비 10.1% 늘었다. 다만 개소세 인하 정책이나 신차 출시 등 요인의 수요 진작 효과는 단기간 나타나는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업계 중론이다. 당장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신차 수요가 최근 기복을 보이는 가운데, 차량을 관리하거나 개조(튜닝)하는데 쓰이는 용품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잘 팔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해당 용품들이 신차보단 기존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활용되는 것들로 구성된 점을 미뤄볼 때, 고객들이 기존 보유 차량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업체 지마켓이 지난 3월 8일~4월 7일 한 달 간 상품별 전년동기 대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방음·방진재 66%, 자동차 인테리어 몰딩 13% 등 수치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지마켓의 자동차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났다.

최근 출시된 신차들은 주행 성능이나 디자인 요소 등 측면에서 구형 모델 대비 상향 평준화한 동시에 가격 경쟁력이 강화하고 있다. 고객들은 제품별로 더욱 다양한 선택사양을 장착한 상위 트림을 선택할 경우 개별 튜닝 작업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수준의 상품성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튜닝이나 차량 관리 용품에 대한 고객 니즈는 신차보단 구식 모델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관리용품 전문업체 불스원의 신진호 불스원샷 브랜드 매니저(차장)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자동차 소비자들 사이에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 이상이 없도록 집중 관리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이 같은 소비 패턴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자가용 차량에 더욱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데 비용을 들이는 소비자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업계나 학계에는 경제 상황과 자동차 용품·튜닝 시장 규모 양측 간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분야 산업의 사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미뤄 고객 소비행태를 추측할 수 있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 업계에서 최근 차량 관리 분야에 관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은 점에서도 고객 니즈를 읽을 수 있다. GS25는 지난 1~15일 차량용푼 분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전월 동기 대비 115% 신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GS25는 현재 하이패스 단말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에어컨 필터 등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차량 실내에 방역 작업을 실시하는 등 홈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종완 GS리테일 서비스상품팀 과장은 “GS25는 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자가용 이용 고객을 겨냥해 차량용품을 출시함으로써 호응을 이끌어냈다”며 “GS25는 매월 다양한 차량 용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토털모빌리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각종 위험변수로 시장이 침체될수록 자차를 더욱 오래 이용하려는 고객 니즈도 활발히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차량관리시장 추세의 배경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경제상황이 나쁠수록 지금 이용하고 있는 자차의 기능을 개선·유지하려는 소비자 니즈가 나타날 것이란 가정엔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