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롯손보 라이브러리 벽면에 달린 전광판. 사진=권유승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료가 절반이나 절약되는데, 혜택만 비슷하면 무조건 갈아타야겠다. 자가용이 출퇴근용이 아니라서 항상 비싼 보험료가 아쉬웠다" -한 자동차 카페 A회원.

주행거리만큼만 보험료 내는 자동차보험, 중고폰도 가입이 가능한 휴대폰보험, 월 990원짜리 운전자보험, 11번가 반품 보험, 코로나19 보장 보험, 스위치 레저‧여행‧펫보험 등등.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지 100일을 갓 넘어선 국내 최초 디지털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그동안 출시한 상품은 10여개에 달한다.

캐롯손보의 야심작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특허청의 BM(Business Model)특허와 배타적사용권(독창적인 보험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을 따내기도 했다. 자동차 트립 정보에 기초한 보험료 자동 산출 시스템 등이 획기적이란 이유에서다. 보험 개시‧종료를 스위치처럼 끄고 켜면서 보장 받은 만큼만 보험료를 지불하는 '스마트ON보험' 시리즈도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최근엔 중고 휴대폰도 비대면으로 가입이 가능한 휴대폰보험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휴대폰보험은 중고 휴대폰 가입이 안 된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해 기기 구입 후 한 달 이내에 대리점에 방문해 가입해야 한다. 캐롯손보는 휴대폰보험에 영상자동인식기술을 활용해 AI가 휴대폰의 액정 상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아직 출범한지 오래되지 않아 여러가지 실험적인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 같다"며 "이런점을 감안하더라도 상품 자체만 놓고 보면 이목을 끌만한 획기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롯손보가 잇달아 혁신상품을 선보이며 업계 관심을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캐롯손보 관계자들은 "보수적인 보험사를 탈피한 자율적인 분위기와 쾌적한 근무 환경이 발상의 전환에 큰 도움을 줬다"고 입을 모은다.

◇ 잔잔한 음악에 스탠딩 테이블까지...보험사 맞아?

▲ 캐롯손보 부스형 소파. 사진=권유승 기자
▲ 캐롯손보 스탠딩 테이블. 출처=캐롯손해보험
▲ 캐롯손보 라운지. 출처=캐롯손해보험

"보험 경력만이 아닌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경력직이 모여 있다 보니 하나의 문제를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자연스레 해결책이나 대응에 있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결과물이 도출되는 건 물론이고 서로 자극이 되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다" -캐롯손해보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B직원.

캐롯손보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경력직으로 이뤄져 있다. 캐롯손보는 채용 당시 금융권 경험이 없어도 다양한 산업분야를 거친 젊은 인재들(평균 연령 35세)을 적극 영입했다. 기술중심의 고객경험 혁신을 주도하고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례로 브랜드, CS, 자동차보험, 커뮤니케이션 등 유관부서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C-TFT(고객 관점의 자동차 보상 개선 TFT)'은 다양한 상황별 시뮬레이션과 새로운 접근방법의 개선방안을 결과물로 도출하고 있다.

▲ 캐롯손보 에자일 스테이지. 출처=캐롯손해보험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들이 시너지를 발휘할 공간이 캐롯손보 사무실에 마련돼 있다. 바로 Agile Stage(에자일 스테이지)다. 에자일 스테이지는 캐롯손보의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다양한 TF가 운영되는 사무공간이다. 에자일 스테이지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이뤄졌다. 전사의 구성원들이 투명하게 소통하고 책임감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행, 디자인, 브랜드, 건축 등 다양한 인사이트가 담긴 도서가 마련 돼 있는 캐롯 라이브러리도 있다. 캐롯 라이브러리는 단순한 독서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탁 트인 전망과 개인별로 노트북을 연결 해 쓸 수 있는 테이블은 새로운 공간에서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는 캐주얼한 회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 캐롯손보 엘리. 사진=권유승 기자

Alley(엘리)는 스탠딩 바테이블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을지로를 내려다보며 개인집중업무에 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엘리는 런던 SOHO의 뒷골목에 온 듯한 느낌으로 제작됐다. 이 공간은 동료와의 티타임이나 개인휴식의 최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캐롯손보에는 부스형 소파, 라운지, 스탠딩 바 테이블 등 어디서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다양한 테이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적인 통화나 보안이 필요한 통화를 위한 폰부스는 물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RELAX ROOM(릴렉스 룸)까지 구비돼 있다.

캐롯손해보험 CX혁신팀 관계자는 "근무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그간 간과해왔던 것 같다. 단순히 회의공간만이 아닌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적합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보니 서로의 의견도 자주 교류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자율적인 분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롯손보는 기업문화도 남다르다. 구성원 간 격의 없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직급이나 ‘-님’을 붙이지 않은 개인 영어 닉네임을 사용한다.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도 PAUL(폴)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이는 사내메일 시스템, 사내 커뮤니케이션 협업 툴에도 반영 돼 실제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닉네임이 사용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다.

▲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직원들이 타운홀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출처=캐롯손해보험

직원들과 대표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자유롭다. 매달 대표 주최를 통해 열리는 ‘타운홀 미팅’이 그 예다. 타운홀 미팅은 구성원 간 회사의 현재를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회사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

타운홀 미팅 시기를 놓치거나 면대면으로 알리기 어려운 사항은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페이지 '핫라인 폴'을 통해 대표에게 공유할 수 있다. 보고서 형태가 아니더라도 회사에 대한 개선사항, 상품 제안사항 등을 시공간 제약 없이 익명으로 제보가 가능하다.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디지털보험사에 맞는 혁신적인 상품은 의사구조 자체가 옛날 보험사들처럼 수직적으로 이뤄지면 탄생하기가 어렵다"며 "이종 간의 협업이 가능한 TF 구성도 많다. 가령 보상 관련 TF에서는 단순히 보상 서비스를 넘어서 고객의 감성까지 챙기도록 신경쓴다. 기존 조직이 있어도 유연하게 TF를 만들어 여러 시각을 담아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