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기대감 지속

신약 R&D 모멘텀 유지

▲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실적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종근당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수출 지속과 만성질환 치료제 처방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일부 기업은 재택 근무로 판관비가 감소해 실적에 긍정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가려졌던 신약개발 연구개발(R&D) 모멘텀과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이전 기대감도 다시 주목된다.

제약, 만성질환 등 필수의약품 매출 증가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동국제약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성장하거나 소폭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 등에 따라 외래 환자 수가 감소했지만 장기 처방이 가능한 만성질환 치료제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증상 치료제 ETC 및 일반의약품(OTC) 매출은 3월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가 상반기 내로 확산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연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2825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8%, 18.1% 늘어난 규모다. 종근당은 만성질환 매출 비중이 50%내외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1분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3월 영업사원 및 연구 인력 재택근무로 마케팅 비용, R&D 비용 등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면서 “영업 활동이 대면 마케팅이 아닌 온라인 마케팅으로 대체되면서 영업 효과 감소가 예상되나 이달 재택 근무 종료로 2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동아에스티는 의약품 유통 물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2033억원, 영업이익 390억원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2.5%, 90.4% 성장한 규모다. 유통사는 동아에스티의 3~5월 판매 업무 정지에 따라 재고 확보를 위해 1~2월 주요 의약품을 선매입했다.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2분기 의약품 수요까지 감안해 1분기 의약품 대량 생산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도 나타난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사원 재택근무로 영업활동 중단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 등도 영업이익도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 실적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소폭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825억원, 영업이익 2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 0.7% 감소한 규모다. 별도 기준 내수 의약품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됐다.

한미약품은 고혈압 복합신약 아모잘탄 패밀리, 로수젯 등을 필두로 만성질환 부문 ETC에 대한 장기 처방이 2~3월에 오히려 늘어났다. 서 애널리스트는 “영업사원 재택 근무, 컨퍼런스 미팅 취소 등에 따라 마케팅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수출 성과 지속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이끄는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매출 3541억원, 영업이익 13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7%, 75.9% 늘어난 규모다. 셀트리온의 제품은 대부분 자가면역치료제, 항암제 등 생명에 직결된 의약품이다. 환자가 꾸준히 투여를 받아야 하므로 코로나19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점도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유럽은 대개 입찰제로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역량을 드러낼 수 있었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사보험사와 의약품 도매 기업 등의 중심인 시장이라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적극적인 시장 방어 전략이 유효했다. 최근 사보험사는 바이오시밀러를 선호의약품에 등재하는 등 서서히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 인플릭시맙 제제 처방 수량 기준 점유율. 출처=블룸버그, KB증권
▲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침투 속도. 출처=블룸버그, KB증권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유방암 치료제 ‘온트루잔트’를 미국에 출시했다. 이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와 온트루잔트까지 총 2개 제품을 미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온트루잔트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 대비 약 15% 저렴하게 출시해 초기 시장 진입 활로를 뚫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R&D 지속…올해부터 가시화

한국 바이오텍의 신약개발 R&D는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각종 글로벌 학회가 취소되면서 임상 결과 발표 이슈 등이 사라졌지만 기업 역량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 계약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으로는 레고켐바이오, 펩트론, 알테오젠 등이 꼽힌다. 레고켐바이오는 차세대 항체ㆍ약물결합체(ADC) 기술을 바탕으로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ADC는 글로벌 제약사 곳곳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치료제다. 올해 출시될 신약 10개 중 2개가 ADC 치료제다. 신한금융투자 이동건 애널리스트는 “레고켐바이오는 ADC 플랫폼과 신약을 합산해 기술이전 계약이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은 10개에 이른다”면서 “일부 플랫폼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물질이전계약(MTA)를 체결한 상태. ADC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해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펩트론은 표적항암항체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펩타이드 약효지속 플랫폼 기술 ‘Smart Depot’과 항체 생성 플랫폼 기술 ‘PepGEN’을 보유했다. 핵심 신약인 ‘PAb001’은 정밀 표적항암항체신약으로 동물실험에서 다른 기업의 유방암 치료제 대비 우수한 종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이동건 애널리스트는 “오송 공장의 약효지속형 의약품 생산 계약 가능성도 높다”면서 “스마트 디팟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시설은 확보됐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파트너십 논의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제를 피하주사(SC)로 변형시키는 ‘ALT-B4’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SC제형 변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뿐이다. 지난해 말 첫 기술이전 계약을 시작으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물질이전계약(MTA)를 체결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SC제형 개발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이라면서 “할로자임의 독점적 권리 부여 계약으로 개발이 제한됐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계약 가능성이 높다. 연이은 후속 계약 체결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