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방역강국으로 우뚝 솟아오른 한국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발병 초반부터 투명하고 강력한 대응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의 조기확산을 차단했고 투명한 정보공개 등으로 훌륭한 대응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냉정하게 살피면 '최적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걸어보지 못한 길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9일 전국의 초중고교 3학년 대상 온라인 개학이 단행된 후 16일에는 중학교 1~2년, 고등학교 1~2년, 초등학교 4~6년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저, 네이버 클라우드 등 국내외 클라우드 강자들이 포진해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잡음도 나오고 있다. 특히 1차 개학 당시에는 수업 자체가 먹통이 되는 일이 벌어지는 한편 한동안 로그인도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14일에는 네이버 클라우드도 밀려오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온라인 개학 시작부터 제기되던 문제, 교사의 콘텐츠 제작 및 업로드 과정의 불협화음과 일부 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 논란까지 나오며 언론에서는 "실패한 온라인 개학"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일 온라인 입학식이 열리는 가운데 관련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16일 2차 온라인 강의를 기점으로 '먹통' 현상은 없었다. 당시 EBS가 제공하는 온라인클래스의 경우, 오전 동시접속 67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약 2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일부 로그인 지연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EBS가 핵심, LG CNS를 필두로 하는 현장 기술상황실이 적극 가동되며 총력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빠르게 잡혔고, 걸어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지의 공포도 걷히고 있는 셈이다.

할 수 있다, 잘 하고 있다
일각의 지적대로 온라인 개학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만으로 현재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시작하며 이어오는 이들의 모든 인프라와 노력을 폄훼하면 곤란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이라는 돌발상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말 그대로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 초유의 사태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넘기느냐에 있고, EBS와 교육부는 이 난관을 무난하게 넘어서고 있다. 실수는 있지만 실패는 없으며, 약점은 있지만 패배는 없다. 보완해야 할 점은 보이지만 이를 두고 침소봉대하는 해석이 지나친 이유다.

이번 온라인 개학의 일부 오류로 인해 클라우드에 대한 환상이 조금 걷혀진 것도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네이버 클라우드가 만병통치 약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클라우드의 강점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지나친 처사다.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클라우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온라인 개학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의 기본적인 인프라 경쟁력을 실제 시스템에 안착시키는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싱글사인온(SSO) 서버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을 하는 선에서,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온라인 개학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는 돌발변수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과는 관련이 없으나 숙명여자대학교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AWS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각 대학에서 원격강의가 시작된 가운데 유독 숙명여대에는 강의 버벅거림 현상이 거의 없었고, 그 비결이 바로 ICT 체질 개선에 따른 클라우드와의 시너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숙명여대 윤희정 교수(교육혁신원 교수학습센터장)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학교가 ICT 기술 사용에 있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것인가'이다"면서 "LMS 시스템인 스노우보드(SnowBoard)를 통해 강의 콘텐츠를 쉽게 공유하고, 강의 준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교수와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한편 이를 통해 평소 ICT 기술력을 차근차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AWS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의 LMS를 국내 대학 최초로 구축했다. 클라우드의 유연성이 큰 장점이라는 것을 느꼈으며, 클라우드는 접속자에 따라 용량 확장이 가능해 개강이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바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클라우드 기술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절하게 풀어낼 수 있는 ICT 체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며 이는 현재의 온라인 개학에 임하는 우리 모두에게 상당한 교훈이 된다.

이러한 고민과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전사적인 보완 능력이 펼쳐지면 금상첨화다. 이 영역에서는 전국 14개 교육청에 6800대의 스마트패드를 공급할 예정인 LG유플러스가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관련된 고민이 더 많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해 우리가 얻은 중요한 성과는, 비록 약점은 있으나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하면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의 적용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점이다. 이 과정에서 전사적인 노력을 벌여간 모든 사업자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온라인 개학의 일부 문제를 물어 뜯어야겠다면, 지난 13일 일부 학교의 개학을 시작한 일본의 기묘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일부 개학을 시작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출석해 교실에 입장한 후 모니터를 통해 교사가 수업하는 진귀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일본 일부 학교가 이런 희귀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교단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선생의 비말에서 코로나19가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온라인 개학을 더 자랑스러워 할 필요가 있고, 그 실수의 장면 하나하나를 모조리 기억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처럼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