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화웨이가 1분기 주춤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압박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눈길을 끈다. 올해 초 미중 무역전쟁은 극적인 합의를 봤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두 수퍼파워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한편, 1분기 매출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라 시선이 집중된다.

1분기 간신히 성장

화웨이는 올해 1분기 3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하는 것에 그쳤다. 순이익률도 7.3%에 머물러 전년 동기 대비 0.7%p 떨어졌다.

화웨이는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5G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유럽은 이미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속속 채용하고 있으며,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5G 인프라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차이나텔레콤과 함께 중국 선전에 매크로 및 폴 기지국을 활용한 초대형 3D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문제는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의 압박이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화웨이 백도어 설’을 의도적으로 흘리며 화웨이를 압박했고, 현재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CFO는 이란 제재법 위반으로 미국 송환 위기에 처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막았으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거래도 중단됐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사라진 이유다.

화웨이 “삼성과 거래할 것”

화웨이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변수는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없어 훙멍을 개발하는 한편 자체 모바일 AP인 기린 시리즈에 집중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 어려워지는 대목은 큰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 전용 반도체를 구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끈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 대변인은 22일 미국의 수출 통제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스프레드트럼로부터 칩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현재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모바일 AP를 설계하고 대만 TSMC를 통해 제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자국 원산지 부품소재가 25% 이상 들어간 제품의 수출을 막는 가운데 그 비율을 10%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자, 화웨이가 아예 미국 기업과의 반도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내비친 셈이다.

최근 TSMC가 화웨이와 거래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또 미국 정부가 최근 TSMC에 자국에 공장을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에서 등장한 초강수라 특히 시선이 집중된다. 결국 화웨이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플랜B가 있으며, 여기에는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는 미국 기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논리도 깔려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간한 '중국과의 무역 제한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리더십을 어떻게 종식시키는가' 보고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BCG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이후 미국의 25개 상위 반도체 회사는 매분기 각각 4%에서 9% 사이의 평균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BCG는 미국이 수출 제한 기업 명단을 유지해 중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한다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3년에서 5년내 8% 포인트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16%의 매출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관련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18%p) 및 매출(37%p) 낙폭은 더 증폭된다는 주장이다.

▲ 출처=BCG

삼성, 호재일까?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 점유율 2위 화웨이가 자사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변경할 경우 시장의 격변은 상당할 전망이다. 미국을 겨냥해 공급망 다각화를 노리는 플랜B가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도 일정부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모바일 AP, 나아가 파운드리 영역을 아우르는 핵심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글로벌 시장 1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모바일 AP는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33.4%의 점유율로 1위를 달렸으며 2위는 24.6%의 미디어텍, 3위는 삼성전자며 14.1%의 점유율을 기록해 13.1%의 애플을 눌렀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으나 3나노를 아우르는 미세공정 싸움을 벌이며 대규모 투자까지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화웨이가 새로운 우군으로 합류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화웨이가 전격적으로 플랜B를 가동할 가능성과, 플랜B가 가동되어도 삼성전자가 어느 정도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