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중국 양극재 공장 전경. 출처=포스코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는 철강부문 외 비철강부문 투자, 극한의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으나 불황의 파고를 넘겨야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전망기관들도 올해 세계 철강 수요 둔화세가 지속되며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철강 ‘빅4’로 불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그룹은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신소재나 미래 자동차에 쓰일 기술을 새로운 먹거리로 택하는가 하면, 선택과 집중으로 잘 하는 것에 날개를 달아주는 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산업의 쌀’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2차전지·뉴모빌리티로 승부수

포스코는 철강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동력을 육성해 철강업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포스코는 대대적으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2차전지 소재를 꼽고,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담당하던 계열사를 합쳐 포스코케미칼을 설립했다.

특히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천연흑연 음극재 국산화와 상용화에 이어 인조흑연 음극재의 국산화에도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2차전지의 주요소재지만, 국내에는 생산 업체가 없어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포스코케미칼은 2177억원을 투자, 2023년까지 연산 1만6000톤 규모의 음극재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음극재 뿐 아니라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인 절강포화를 세우고 중국 저장성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해외 첫 양극재 공장을 준공하면서다. 포스코는 양극재 공장 또한 꾸준히 증설해 향후 9만 톤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포스코는 또 다른 소재인 리튬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초 호주 리툼광산업체인 필바라미네랄스 등 호주 자원개발사들과 손잡고 연간 3만 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으며 내년부터 리튬을 본격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호주 자원개발업체인 갤럭시리소스가 보유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약 312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염호에서는 향후 20년간 매년 2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가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는 그룹사와 협력해 뉴모빌리티 시대를 이끄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자동차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철강 제품과 전기모터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전기 강판 등 미래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주력해 본업인 철강업에서의 수익성을 제고한다. 1㎟ 면적당 100kg의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기가스틸’, 에너지 고효율 전기 강판 ‘하이퍼 NO’가 대표적이다.

▲ 현대제철은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 ‘H-SOLUTION’을 적용한 미래지향적 콘셉트카 ‘H-SOLUTION EV’를 공개했다.

현대제철, 몸집 줄이고 수소·전기차에 집중

현대제철은 비수익 사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재편과 함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분야에 집중해 불황 파고를 넘는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이달 초 주조·단조사업부를 분할해 현대아이에프씨를 신설했으며, 강관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이다. 업황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강관사업부의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강관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876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에서 4.8%에 그쳤다.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로서의 역량을 집중해 수소·전기차 등 미래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전략 계획에 보폭을 맞춘 행보다. 특히 수소차용 금속분리판, 자동차부품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현대기아차 소재공급처로써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

이와 관련 올해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를 100만 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설비 신예화와 신규 투자도 진행한다. 2021년까지 1200억원을 들여 자동차소재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냉연설비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내년 1월 양산을 목표로 체코 오스트라바에 핫스탬핑 공장을 신설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 사업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금속분리판은 수소전기차에서 연료가 구동력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월 충남 당진 금속분리판 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차량 연간 1만6000대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확보하고 있다. 오는 11월 가동을 목표로 예산공장 내 2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자동차 뿐 아니라 건물용, 선박용, 발전기용 등에 적합한 금속분리판 연구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관련 소재·부품 인증을 확대해 올해 강종 247종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고강도·내마모성 강재 신규 브랜드 ‘웨어렉스(WEAREX)’로 고성능 자동차 구동부품 시장도 공략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 동국제강의 럭스틸 제품. 출처=동국제강

동국제강,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 강화

동국제강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타파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가 지속됐던 후판 사업 비율은 낮추고 컬러강판 등 수익성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특히 컬러강판은 동국제강의 히든카드다. 2007년 업계 최초로 컬러강판 디자인팀을 구성한 동국제강은 제품의 브랜드화를 꾀하는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 그 결과 건축자재용 컬러강판 ‘럭스틸’, 가전제품용 컬러강판 ‘앱스틸’, 항균 컬러강판 ‘럭스틸 바이오’ 등을 출시하며 컬러강판 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현재 동국제강 컬러강판의 국내 시장점유율 30%로 KG동부제철(22~24%), 포스코강판(20%), 세아씨엠(10%) 등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컬러강판은 75만 톤으로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645억원을 거뒀다. 전년 1449억원 대비 13.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0,5%포인트 올라 2.9%를 기록했다. 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얻은 값진 성과다. 향균제품의 쓰임이 늘면서 판매가 전년대비 116% 늘어난 ‘럭스틸 바이오’가 실적을 견인했다.

동국제강은 올해도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한 제품 및 설비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노후 설비 교체 차원에서 2CCL의 설비 합리화를 진행 중이다. 또한, 상반기 중으로 컬러강판 잉크젯프린트 강판 양산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럭스틸 바이오’와 가공·시공 솔루션이 더해진 ‘럭스틸 플러스’를 필두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세아베스틸 공장 전경. 출처=세아베스틸

세아그룹, 철강 넘어 금속 전문 소재 업체로 도약

세아그룹도 비철강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 소재 중심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타자는 알루미늄이다. 지난달 말 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은 고부가 알루미늄 소재업체 ‘알코닉코리아(현 세아항공방산소재)’를 745억원에 인수했다.

세아베스틸은 알코닉코리아를 품에 안으면서 철강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을 비철강으로까지 확대하게 됐다. 알코닉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알루미늄 소재업체 알코닉의 한국 별도법인이다. 2002년 설립됐으며 항공·방산·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과 단조, 금속관 제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세아베스틸이 알루미늄을 선택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다. 세아베스틸은 탄소합금강을 생산하고 있으며, 세아창원특수강은 STS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알루미늄 소재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금속 소재 전문업체’로의 입지를 갖추는 한편, 신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알코닉코리아의 주요 생산 제품이 고부가가치 알루미늄 소재인 만큼, 항공·방산 등 기존 세아 특수강 제품의 수요 산업과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그에 따라 고객가치 창출 및 영업기회 확대 측면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알코닉코리아 공장은 창원에 위치해 있어 세아창원특수강과 지리적으로도 인접하다”며 “공장 운영 및 효율성 향상 노하우를 전달하는 등의 정성적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철강업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세아가 잘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