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도별 온·오프라인 유통 비중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통계청이 조사한 ‘서비스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슈퍼마켓 및 잡화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44조2000억원 수준이다. 유통업 전체 매출구성비로는 17%에 해당하고, 오프라인 유통 순위로는 대형마트(매출구성비 20.2%), 백화점(17.5%)에 이은 업종 3위다.

규모는 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슈퍼마켓 시장의 매출액은 직전년도 매출(46조5000억원) 대비 4.9% 역성장했고, 업계2위인 이마트에브리데이(영업이익 154억원)를 제외하면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1위인 롯데슈퍼는 지난해에만 10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3위 GS더프레시 역시 2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은 영업환경 악화를 인지하고,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다.

▲ 슈퍼마켓 시장 규모 추이

동네마트로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 Super Supermarket)의 수익성이 감소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온라인 배송 업체(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시장을 내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온라인 유통에 맞서기 위한 SSM들의 투자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기업은 온라인 몰에서 구매한 제품을 기존 운영 매장에서 배송하는 전략을 택했다.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매장의 온·오프라인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기업은 롯데다. 지난 2018년 5월 롯데는 그룹 차원의 온라인 사업 강화 계획을 내놨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고, 이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이다.

롯데쇼핑이 출시할 통합 쇼핑앱 ‘롯데ON’ 서비스를 통해 롯데 유통사의 모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안이다. 이를 위한 IT인력 400명을 충원했고, 서비스는 2분기 중 오픈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2022년까지 롯데ON의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 롯데슈퍼 시장점유율 추이

이 같은 롯데쇼핑의 온라인 활성화 계획에는 롯데슈퍼의 역할도 적지 않다. 지난해 '빅4' SSM(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중 롯데슈퍼의 시장점유율은 44.8%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매출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매장수는 398개(직영점)에 달한다. 여기에 롯데마켓999(61개), 가맹점(104개)를 더하면 563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국 곳곳의 골목상권에 위치한 만큼 소비자는 ‘바로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바로픽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슈퍼마켓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밀린 요인이 ‘배송’이었던 만큼 이 부분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롯데슈퍼, 롯데프레시, G마켓 롯데슈퍼, 롯데슈퍼 옥션, 롯데슈퍼 SK스토아 등 여러 사이트로 분산된 온라인 몰을 하나의 앱에 집중, 보다 효율적인 집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한 점포 합리화 작업은 올해부터 진행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롯데쇼핑은 양주점, 천안아산점, VIC신영통점(창고형마트) 등 3개 점포의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전체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마트 122개 포함) 중 200개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 GS리테일이 위메프에 신설한 당일배송관. 사진=홈페이지 캡쳐

최근 이뤄진 배송 서비스 변화에서 가장 독특한 움직임을 보인 기업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의 온라인 몰 ‘GS프레시’는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자로 여겨진 이커머스 기업(위메프)과 손잡고 ‘당일배송관’을 열었다. 위메프에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주문하면 자사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제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GS리테일은 마트 배송서비스 부문의 낮은 인지도를 단숨에 높일 수 있고, 위메프는 취급 품목 다양화와 신선식품 부문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를 확보한 GS리테일과 편의성 높은 온라인 서비스를 갖춘 이커머스 업체가 협력한 윈윈 사례다.

주문가능한 품목은 채소. 과일, 정육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유제품, 베이커리, 음료, 생활용품 등 생필품 1만2000여 종이다. 심플리쿡, 우월한우, 하루채소 등 GS리테일의 차별화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홈플러스는 자사의 슈퍼마켓 브랜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신선식품 및 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대형매장인 홈플러스는 배송 물류기지로 삼아 온라인 마켓에 대응하고, 소비자와 접근성이 좋은 슈퍼마켓은 먹거리 특화 매장으로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식품 전문매장은 2018년 8월 서울 옥수점을 시작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개편 후 영업 첫 날 기존의 매출을 약 4배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 코로나19 이후 채널별 구매액 신장률

성장성 한계… 법령·정부 규제에 ‘발목’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켓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본연의 방식을 지속한다면 성장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이 이커머스로 돌아서고 있고, 이들은 경쟁적으로 신선식품 사업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고 있는 ‘동네 재래시장’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 또한 이들이 넘어야 할 벽이다. 정부의 규제, 지방도시와의 마찰을 해소하며 새 도전자에 맞서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어려움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꼽힌다. ‘동네 재래시장’ 상인, 인근 소상공인들과의 갈등으로 야기된 이 법안에 대해 정치권은 ‘전통상업의 보전’ 과 ‘유통업의 발전’이라는 두 과제를 담은 법안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기업은 “차별적 규제를 담은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점포의 출점은 물론 온라인서비스 확대 또한 막고 있어서다. 출점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주말배송을 강화하는 현 상황에서 SSM들의 주말 배송은 규제한다는 요소도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