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흔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말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부터 인류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과 동화약품 등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제약바이오 업체들과 연구성과를 비교하면 개발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후발업체는 '렘데시비르', '클로로퀸' 등 다수의 약물재창출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치료제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약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약물로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끈다. 기존 기업들과 비슷한 전략으로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번 붙어볼 만하다는 평가다.

▲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실험에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대비 40배,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보다 26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출처=biorxiv

'렘데시비르' 대비 항바이러스 효과 40배

대웅그룹은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을 가지고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 나선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결과, 구충제로 쓰이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매우 뛰어난 효과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웅 자회사인 대웅테라퓨틱스와 대웅제약이 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코로나19 약물재창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실험에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대비 40배,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보다 26배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하지만 니클로사마이드는 경구 복용 시 인체 내 혈중농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약물전달 연구개발(R&D) 전문기업인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기술을 통해 해결할 전망이다.

대웅테라퓨틱스는 니클로사마이드와 약물전달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니클로사마이드의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제형(DWRX2003)을 개발에 성공했다. 또 국내 비임상연구기관(CRO)인 '노터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난치성 폐 질환 치료제 개발도 추진했다.

‘DWRX2003’은 항바이러스 효과뿐만 아니라 중증 감염환자의 폐 조직에 대한 합병증도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네이처커뮤니케이션지에 게재된 독일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의 자가포식작용을 활성화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바이러스에 작용해 RNA 게놈합성을 저해하는 렘데시비르와 달리 세포에 작용해 내성이나 변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류왕식 소장은 "니클로사마이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 역량과 대웅테라퓨틱스의 개발 기술이 접목돼 약물재창출 연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라며, "후속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DW2008 파이프라인 기전. 출처=한양증권

효과는 물론 안전성도 합격점

동화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약후보물질 'DW2008'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한다.

DW2008는 동화약품이 천식치료제로 개발 중인 약물로서 폐 기능 강화와 가래 배출 효과를 동물실험과 임상 1상을 통해 확인했다. 현재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신청한 상태이다.

동화약품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가 시급한 만큼 환자에게 바로 쓰일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승인 시 2주 동안 환자 300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도 확보했다. 이르면 6월 중 임상 2상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앞서 동화약품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의뢰해 DW2008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따르면 DW2008은 세포실험에서 대조약물로 연구 중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보다 3.8배가량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다. 또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HIV(인간면역결핍증) 치료제 ‘칼레트라'보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각각 1.7배, 4.7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W2008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다수의 약물재창출 연구결과에서 클로로퀸, 렘데시비르, 아비간 등 대부분의 항바이러스제가 고용량 투여 시 높은 치사율을 나타냈다. 반면 DW2008은 '쥐꼬리망초'와 같은 천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고용량 복용에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만큼 DW2008은 환자, 병원 확정시 곧바로 긴급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화약품 관게자는 "DW2008의 주요 타겟 중 하나인 TIGIT는 2세대 면역관문단백질 중 하나다. TIGIT 조절을 통해 면역기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통해 밝혀진 항바이러스 효과와 더불어 면역기능강화 및 폐 기능 개선 등 3중 효과를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