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국내에서 요기요 및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두 기업의 결합이 시장 독과점에 따른 폐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난해 LG유플러스와 CJ헬로 합병 과정에서 공정위가 내린 판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출처=배달의민족

고난의 배달의민족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한편,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합작회사인 우아DH의 의장을 맡아 아시아 배달앱 시장을 공략한다는 선언이 나왔다. 이와 관련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1일 초유의 악재가 터졌다. 바로 오픈서비스 논란이다.

우아한형제들은 1일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월 정액(8만원) 광고료 방식의 ‘울트라콜’을 중심으로 요금체계가 운영되면서 소위 깃발꽂기 폐혜가 심해지자 이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변화가 점주들을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우아한형제들이 점주들의 고혈을 쥐어짠다 비판했으며, 경기도 공공앱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하나의 사업자가 운영할 경우 시장 독과점 폐혜가 나올 수 밖에 없으며, 그 증거가 오픈서비스라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은 6일 사과문을 낸 상태에서 공정위가 7일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여부를 살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10일 오픈서비스를 백지화했다.

▲ 출처=배달의민족

시장 독과점의 모분수
오픈서비스와 관련된 논란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며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사실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시장 독과점 여부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이들은 55.7%의 배달의민족과 33.5%의 요기요, 10.8%의 배달통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100%에 가깝기 때문에 명백한 독점이라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되면 오픈서비스와 같은 '악법'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 주장도 나온다. 배달의민족 비토의 중심에 선 경기도가 23일 공정위를 대상으로 기업 결합에 대해 엄중하게 심사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이유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시장 독과점을 판단하는 모분수를 배달앱 시장으로 측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푸드'와 관련된 모든 이동 플랫폼 시장을 모분수로 놓고 독과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민족 등 3개 서비스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전체 배달 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은 시장 독과점이 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그 비중을 15% 수준으로 본다.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와 지난해 합병을 선언할 당시, 설명자료에 정확하게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일본계 자금(소프트뱅크)이 들어간 쿠팡과의 격전을 두고 피로감을 호소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쿠팡의 쿠팡이츠는 현재 공격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과 공정위에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종합하면, 우아한형제들의 라이벌이 배달앱 플레이어를 넘어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는 당위성이 완성된다.

글로벌 시장의 상황을 봐도 우아한형제들의 상황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한편, 이종 플랫폼과의 결합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배달앱 플랫폼들은 배달의민족이 오픈서비스를 통해 제시한 5.8%의 수수료와 비교해 훨씬 높은 20%~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우버이츠는 30%, 그랩푸드는 15%, 영국의 저스트잇은 최대 20%의 수수료를 자랑한다. 이런 가운데 그랩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종 사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당장 그랩의 경우 그랩푸드와 모빌리티 등을 키우는 과정에서 그랩페이까지 선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김봉진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우아DH에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이라는 더 큰 무대를 뛰는 가운데, 시장 독과점 판단의 모분수를 단순히 국내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이유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푸드를 배달하는 모든 사업자와 경쟁하고, 쿠팡이츠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충돌하고 있다. 나아가 배달의민족이 우아DH의 한 축으로 활동하며 김봉진 전 대표와의 접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 전체를 모분수로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 출처=배달의민족

2019년의 선택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5년 당시 CJ헬로비전 인수를 노렸으나, 이는 공정위에서 좌초됐다. 시장 독과점 폐혜 및 방송의 공공성이 침해된다는 이유가 거론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전격 조건부 승인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ICT 미디어 플랫폼 시장의 격변으로 토종 콘텐츠 플랫폼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현재 글로벌 ICT 플랫폼 시장은 말 그대로 규모의 전쟁,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도 결국 힘의 응축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든 상황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종 플랫폼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전략에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 공정위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이유다.

물론 직접적인 배달앱 시장에 이해관계가 얽힌 점주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현재 오픈서비스 자체가 점주들의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이 관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태에서, 일단 힘의 응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추후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들을 걷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번 기업결합이 단기적 관점으로의 좁은 모분수 판단으로 좌초된다면 국내 디지털 경제가 최소한의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인 발상이 아닌, 민간 시장의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이번 논란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