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가 롯데했다”는 말이 있다. 롯데 소속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가 졸전 끝에 중요한 경기에서 계속 패배하는 것을 두고 자이언츠의 팬들이 실망감을 담아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다. 흥미롭게도 이 표현은 야구 외의 다른 부분으로도 롯데의 어떤 것들을 비웃을 때 쓰이고 있다. 롯데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의 시작에서 롯데는 또 ‘롯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ON에 대한 롯데그룹의 기대감은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까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직접 이야기한 것으로 대변된다. 그러나 그 기대감이 무색하게 롯데ON은 시작부터 어딘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서비스의 공식적인 시작을 예고한 28일 당일 롯데ON과 연결된 유통채널 앱들의 로그인이 ‘업데이트’를 이유로 지연된 것이다. 혹자는 “롯데ON, 첫날부터 롯데OFF”라는 재기 넘치는 표현으로 이를 비웃기도 했다. 

▲ 출처= 진짜유통연구소

롯데e커머스 사업부는 롯데ON의 공식 출범 하루 전날인 27일 전략설명회를 열어 많은 기자들을 초청했고 롯데ON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현장에서 롯데e커머스 조영제 대표이사는 “철저한 개인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미디어와 고객들의 관심은 서비스 첫 날부터 롯데가 의도한 것들이 실제 서비스로 잘 구현되는지 여부에 집중됐다. 

그러나 롯데ON과 연결된 플랫폼인 롯데닷컴, 롯데마트, 엘롯데, 롯스의 앱 로그인은 28일 오전 내내 ‘업데이트 및 서비스 점검’이라는 이유로 지연됐다. 이러는 동안 기존 롯데계열 쇼핑 플랫폼 사용자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국내의 여러 미디어에 반영됐고, 롯데ON은 서비스를 시작하는 날부터 비난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앱 서비스는 28일 정오가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이번 서비스 지연에 대해 여론의 비난 강도가 특히 높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본래 예정됐던 롯데ON의 서비스 시작은 2월 말에서 3월 사이였다. 이 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 달 가량 일정이 연기됐다. 그렇게 나름의 시간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ON은 서비스 첫 날부터 어딘가 준비되지 못해 삐걱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주 냉정하게 평가자하면 이커머스에서 ‘롯데’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은 오프라인 유통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입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하다. 롯데ON은 추후 경쟁 대상으로 ‘쿠팡’을 자주 언급해왔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업계 내 고객 인지도, 서비스 수준, 인프라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롯데ON이 쿠팡 정도에 근접한 것은 단언컨대 단 한 가지도 없다. 

자신감은 실력을 갖춘 이들의 특권이다. 롯데ON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감을 강조하면서 그 시작부터 온갖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모든 것은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기에 설사 약간의 불안 요소가 있을지라도 롯데ON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여론은 있었다. 그러나 롯데ON은 그 응원들이 무색해지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 출처= 진짜유통연구소

물론 시작부터 그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롯데ON이 보여줄 모든 것들이 계속 수준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법은 없다. 이번 일로 롯데도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기에 그 시작부터 “망했다”라는 식의 극단적 평가는 옳지 않다. 그러나 롯데ON은 자신들이 기대를 받은 만큼 준비를 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 이 점은 아마 롯데ON이 운영되는 동안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한국 이커머스 업계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하루하루 각 업체들은 단기간의 영업이익을 포기해가며 고정고객들을 뺏고, 빼앗기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번 첫 시작에서 보여준 미흡함은 롯데ON에게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험난한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롯데는 절치부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