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 본사(왼), LG생활건강 본사(오) 전경 모습.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1분기 성적이 크게 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LG생건은 생활용품·음료 사업부가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아모레는 방어막이 돼 줄 사업부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1분기 영업이익이 67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7% 줄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 2793억원으로 전년비 22.1%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948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아모레G의 핵심 계열사 아모레의 1분기 매출액은 22% 감소한 1조 1309억원, 영업이익은 67% 줄어든 60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늘며 온라인 채널 매출이 80% 급증했지만 면세점·백화점·로드숍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사업 매출액이 부진했던 점도 타격이 컸다. 국내 사업 매출액은 19% 감소, 영업이익은 33% 하락에 그쳤지만, 해외 사업 매출액이 28%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 휴점 여파가 컸다.

중국 오프라인 매장은 3월 들어 운영을 재개했지만 영업시간 단축·내점객 감소로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1분기 중국 티몰을 비롯한 온라인 매출은 50% 이상 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각각 매출액이 31%씩 줄어 1074억원 346억원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 영업이익은 76% 줄어든 51억원에 그쳤지만 에뛰드는 적자상태가 이어졌다. 에뛰드는 멀티브랜드숍 입점과 디지털 채널 판매, 적자 매장 구조조정 등을 단행해 적자폭은 축소됐다.

▲ 아모레퍼시픽그룹, LG생활건강 1분기 실적 비교. 자료=금융감동원 전자공시시스템

앞서 1분기 실적을 공개한 LG생건은 아모레와 달리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337억원으로 전년비 3.6% 늘었다. 매출액은 1조 8964억원으로 1.2% 늘었고 당기순익은 2342억원으로 전년비 3.7% 증가했다.

전체적인 실적은 증가했지만 화장품 부문은 역시나 타격이 있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 10%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및 해외 화장품 시장 내 주요 채널의 매출이 급감했고, 특히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현저한 감소한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화장품이 해외에서 잠시 주춤할 때 생활용품과 음료사업이 선방하면서 감소분을 상쇄했다. 생활용품 사업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19.4% 증가한 4793억원, 영업이익은 50.7% 늘어난 653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손 소독제, 물티슈, 일회용 행주 같은 위생용품이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온더바디 디펜덱스 버블 항균 핸드워시’ ‘세균아꼼짝마 항균 핸드워시’ 등이 많이 팔렸다. 보디케어 브랜드 온더바디는 항균 핸드워시 제품의 인기로 작년보다 매출이 22% 올랐다.

음료사업 부문도 매출이 5% 증가한 3505억원, 영업이익 43.9% 늘어난 468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에서 생활용품, 음료 같은 생필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음료 부문에선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매출이 각각 8%, 115%, 23% 증가했다. 비탄산음료 제품 중에서도 ‘파워에이드’와 ‘조지아 크래프트’ 등 주요 브랜드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고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음료수를 배달시켜 먹는 수요도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중국 모델 송혜교(왼쪽), LG생활건강의 숨 중국 모델 고력나찰(오른쪽). 출처=각사

앞으로 두 기업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을 대비해 해외와 내수 시장 등을 각각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우선 온라인 채널에 좀 더 집중해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설화수를 미국 일부 백화점에 이어 올해는 세포라 온라인 몰에 입점시켜 한국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해외 사업에서의 세부 전략도 일부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3~5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현재 37%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2023년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채널에서의 경쟁력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맞춤형 화장품 기술 개발 등 국내외 디지털 체질 개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건은 생활용품과 음료가 화장품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불황에 매출이 줄지 않는다는 강점을 활용해 2분기에도 자체 마스크와 위생용품 등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생건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 속 뷰티 사업은 타격이 있었다”면서 “다만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시장의 수요에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주요 사업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온라인 채널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물류와 관련해도 2월 중순부터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면세점 유통도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현지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화장품 브랜드들의 준비가 활발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