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삼성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삼성중공업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장인 남준우 사장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성적을 내면서 올해 흑자전환으로의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 것.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앞둔 남 사장이 반등을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1분기 잠정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1조8266억원, 영업손실 478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3% 늘었지만 영업손실폭도 43.5%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21.2% 늘어난 2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 또한 –2.6%를 기록해 전년 동기 –2.2% 보다 감소폭이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과거의 저가 수주가 계속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중국법인 조업에 차질이 생기고 물량이 줄면서 적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저유가로 감소한 해양물량도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금융비용과 함께 1분기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화 재고자산 관련 선물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세전이익은 적자 220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아직 올해가 한참 남았다지만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수주 목표의 91%(71억달러)를 달성하며 5년 만에 최고 수주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13척 ▲컨테이너선 6척 ▲원유운반선 16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FPSO 1기 등 총 39척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 영향 등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잔고가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중공업이 만년 적자를 벗어나 흑자전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어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수주 수익성이 양호한 해양생산설비와 액화천연가스(LNG)선의 매출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또한 글로벌 해양가스전과 LNG 인프라 투자 확대 분위기에 편승해 해양플랜트 수주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발주 심리가 크게 둔화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0년도 1분기 동향’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발주량은 233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71.3% 급감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주력 선종 가운데 하나인 LNG운반선의 경우 예정됐던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기도 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있어 해양부문 수주도 저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와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드릴십 등의 발주가 줄어든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저유가 기조로 인해 연평균 330억달러 규모였던 해양플랜트 시장은 52억달러로 6분의 1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보유 중인 5기의 드릴십의 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3억달러(셔틀탱커 3척·VLCC 2척)에 불과하다. 최근 수주한 VLCC를 감안해도 누계 수주 금액은 약 5억달러로 수주 목표의 6%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24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수주는 셔틀탱커 3척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다”며 “코로나19로 발주를 고려하던 선주사들의 리스크 기피 현상과 함께 유가 급락에 따라 주요 프로젝트가 연기된데 따른 것”이라 설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삼성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남준우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게 됐다. 남 사장은 60대 퇴임룰을 딛고 올 1월 사장직 연임에 성공, 2018년 취임 이래 2년이 넘게 삼성중공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취임 당시 대규모 적자에 빠진 삼성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낙점돼 체질개선을 주도해왔지만 경영정상화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 사장의 취임 직전해인 2017년 5242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6166억원까지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3407억원에서 1조1194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드릴십 계약 해지 등을 감안해도 손실폭이 크다는 평가다.  

단기차입 비중이 45% 수준으로 높아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와 드릴십 용선 사용이 어려워진 환경 등으로 영업현금흐름의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남준우 사장은 내년 초 임기 만료까지 수주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남 사장은 지난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직원 모두가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시키고자 매진했으나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IMO2020 시행으로 친환경 선박으로의 재편이 본격화하고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수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