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위기의 LG전자 스마트폰에 LG 벨벳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LG전자는 스마트폰 전략에 있어 지난해 상반기 G8 씽큐, V50 씽큐를 동시에 출격시키고 하반기에 V50S를 출격시키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아예 V60 씽큐를 북미 시장에만 출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고착화시키지 않고 상황에 맞는 거대 플랫폼 전략의 위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가운데 LG 벨벳을 통한 LG전자의 승부수에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LG전자

업계의 기대
LG전자가 LG 벨벳을 선보이며 G 시리즈를 폐기하고 씽큐라는 수식어까지 제거하며 벨벳을 준비하자 업계는 일단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와 AS 지원을 통해 스마트폰 플랫폼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이 LG전자 스마트폰의 큰 그림이다. 초콜릿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며, 컬러 마케팅까지 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LG 벨벳은 내달 7일 온라인 패션쇼를 바탕으로 15일 전격 출시된다.

후면 카메라 3개와 플래시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물방울 카메라, 나아가 3D 아크 디자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 벨벳은 6.8형 대화면임에도 너비가 74.1mm에 불과하다. 제품의 테두리에는 메탈 재질을 적용, 고급스럽고 단단한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6.8형 20.5:9 화면비의 시네마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와 스테레오 스피커, 인공지능 사운드를 지원해 영상 시청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후면에는 각각 4800만(표준), 800만(초광각), 500만(심도) 등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풍경 및 인물 사진 등 다양한 화각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조도 환경에서는 4개의 화소를 하나로 묶어 촬영하는 ‘쿼드비닝’ 기술을 적용, 어두운 곳에서도 깨끗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동영상 촬영 시, 배경 소음과 목소리를 구분해 각각 조절할 수 있는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도 담았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레코딩 기능도 탑재했고 촬영 영상을 짧게 압축해 담아내는 타임랩스(Time Lapse)도 지원한다. 사용자가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아도 촬영 대상이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영상 촬영 중에도 배속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대다수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알파벳+숫자’로 획일적으로 사양 개선과 출시 시기만을 보여주는 기존 스마트폰 네이밍 체계에서 벗어나, 이름에서부터 제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훌륭하다는 말이 나온다.

▲ 출처=LG전자

일말의 우려
지금까지 공개된 LG 벨벳의 면면은 업계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LG 벨벳의 정체성에 있어서는 약간의 우려도 나온다. 매스 프리미엄 전략을 가동하면서 가성비 좋은 저렴한 스마트폰을 노린다는 계획인데, 이는 이미 중국 샤오미 등이 보여준 전략이기 때문이다.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으나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가성비'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LG전자 스마트폰의 선택지 자체가 크게 좁아진 상태에서 가성비는 최적의 가능성이지만, 이는 역으로 LG 벨벳의 한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과 중저가로 나뉘어지고, 그 중간에 준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된 상태에서 극소수의 '저렴하고 강력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에 가성비폰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런 상황에서 LG벨벳의 매스 프리미엄 위치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식 출시가 되고 출고가가 확정된 후 다양한 스펙이 공개되면 매스 프리미엄 가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는 아직 특수한 지위에 대한 당위성이 보이지 않는다.

LG 벨벳은 스타일러스 펜을 지원하고 삼성의 4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한다고 한다. LG전자 특유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며 그 자체로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애플이 2020년형 아이폰SE를 내놓으며 애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놓는 전략을 참고하기에, LG 벨벳의 정체성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참고하지 않는다면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의 저력을 너끈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다.

LG 벨벳의 문제라기 보다는 LG전자 스마트폰의 약점이며, 이러한 아이덴티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메스 프리미엄의 자리도 찾아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경쟁자들의 존재감도 너무 강하다. 당장 2020년형 아이폰SE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마저 갤럭시A51 5G를 내달 7일 출시한다. 갤럭시A51 5G는 강력한 쿼드 카메라와 6.5형의 대화면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 대용량 배터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특히 빠른 전송 속도, 초저지연, 초연결성이 특징인 5G 이동통신을 지원해 중저가 5G 스마트폰의 지평을 넓힌다는 각오다.

LG 벨벳이 경쟁자들의 존재감을 넘으려면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는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 갤럭시A51G. 출처=삼성전자

그럼에도, LG전자
LG 벨벳이 타깃층으로 설정한 매스 프리미엄 전략 정체성의 모호성, 나아가 경쟁자들의 존재감을 뛰어넘기 위한 어려운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LG전자의 생태계 전략을 가동하면 새로운 정국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LG 벨벳이 새로운 LG전자 스마트폰의 표준이자 시발점이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길도 분명히 있다는 평가다.

당장 LG 벨벳을 통해 담백한 플랫폼 전략을 동원하며 본질에 집중해 스스로 눈 높이를 낮춘 것은 인상적이다. 브랜드 라인업을 과감히 개편하고 K 시리즈와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별도로 출시하면서 확고한 방향성은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LG 벨벳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즉 외부와의 경쟁은 당연한 싸움이면서, 내부에서 자체 라인업의 포지셔닝으로 각각의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 가치의 세분화가 곧 LG전자 스마트폰의 체계가 되고, 나아가 독특한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여기에 LG전자 본연의 가치가 덧대어지면 LG 벨벳의 미래도 탄탄대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장기적인 전략이지만, 충분히 실험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