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땅이 필요 없는 농업의 미래 대안 수직 농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University of Illinois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오늘날 식물 기반 식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수직 농장(vertical farm)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

수직 농법은 적층으로 된 구조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실내 농법으로, 대개는 흙이 거의 없다.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가용 농지는 점점 줄어듦에 따라 이 수직 농업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수직농업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그 친환경이라는 점과 실내 재배라는 점에서 그 확산 속도가 크게 빨라졌다는 것이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후 변화와 산업화 영향으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는 계속 줄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지금보다 식량 생산이 70%는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도심 건물 안에서 수경 재배가 가능한 수직 농장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내에서 수직 적층으로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넓은 토지가 없어도 농작물을 대량으로 속성 재배할 수 있다. 화학 비료도 쓰지 않고, 물 사용량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면적 대비 생산성은 기존 농장의 350배나 된다. 계절과 관계없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도시 소비자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다.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의 친환경 지속가능 도시설계학 교수인 클레어 알-코드마이는 보고서에서 "환경주의자들, 도시 농부들, 건축가들, 작물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농학자들, 그리고 공중보건 전문가들까지 초도시화된 미래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 작은 혁명에 동참해 왔다"고 말했다.

실내 농업에는 용매수에 미네랄 영양제를 사용하는 수경 재배 농법, 물고기와 달팽이 같은 수생 생물들을 사용하며 물 속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아쿠아 농법, 그리고 공기중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공기 재배 농법 등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수직 농법은 1900년대 초반에 처음 도입되었지만, 현대에 와서 이를 대중화한 사람은 20여년 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의학 생태학(Medical Ecology)이라는 생소한 과목을 가르친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였다.

미생물학자인 데스포미어 교수는(현재 컬럼비아대 공공환경보건학 명예교수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수백만 명의 전통적인 농부들이 폐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직 농업을 설파했다. 그는 10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실내에서 작물을 직접 재배했다.

"10년 전에는 수직 농장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없었지요. 약 5년 전에는 LED 재배 조명이 나오면서 농업 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실내 농업을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2013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플렌티(Plenty)는 수직 농장의 선두주자다.

플렌티는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농작물을 월마트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라는 목표로 설립됐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부에서 56만 평방피트(1만 5700평) 규모의 수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CEO, 비전펀드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 등으로부터 2억6000만달러(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렌티는 중국에도 300여 개의 수직 농장을 건설 중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는 체험 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올해의 '글로벌 사회적 기업가'로 선정된 킴벌 머스크가 아이들에게 식물 심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출처= Suare Roots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올해의 '글로벌 사회적 기업가'로 선정된 킴발 머스크는 우리가 잘 아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동생이다. 킴발 머스크는 2016년 뉴욕 브루클린에 실내 도시농업기업 '스퀘어 루트'(Square Root)를 창업했다.

스퀘어 루트의 사명은 ‘젊은 세대들이 도시 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장려해 신선한 자연 식품을 전 세계 도시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스퀘어 루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킴발 머스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나는 가족을 함께 모이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차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퀘어 루트는 각종 채소, 딸기 등 120여 종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수직 농장은 사막이 많아 농경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동 국가에서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2018년 7월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 농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매일 2.7톤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양을 전통적 농장에서 재배하려면 900에이커(110만 평)의 땅이 필요하다. 땅 넓이만 놓고 보면 수직농장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약 1900배나 많다.

실내에서 수직 적층으로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넓은 토지가 없어도 농작물을 대량으로 속성 재배할 수 있다. 화학 비료도 쓰지 않고, 물 사용량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면적 대비 생산성은 기존 농장의 350배나 된다. 계절과 관계없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도시 소비자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직농장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래 식량 부족을 해결할 유일한 기술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들어 생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시설과 물이 섞여 있어 감전 사고나 고장의 우려가 크다.

시카고의 농업 스타트업 '팜드히어’(FarmedHere)도 지난 2015년 도시에 18개 이상의 수직 농장을 지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2017년에 문을 닫았다.

평당 설치비가 1000만원에 이르는 초기 투자비도 큰 부담이다. 영국의 농업 전문대학인 하퍼 아담스대학교(Harper Adams University)의 제임스 로웬버그-데보어 교수는 "수직 농장의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은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은 시설 구축과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초기에는 싱가포르나 두바이 같은 도시국가에서 수입 채소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틈새 전략용’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직 농장의 아버지 데스포미어 교수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조만간 도시들은 도시 경계 내에 위치한 실내 농장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재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통적 옥외 농장은 작황에 실패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실내 농장에서는 몇 주 안에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