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우한 연구실 유래 증거 봤다”

아마존‧애플 등 기술주 실망스런 실적...증시 부담

WTI 5.0% 오르며 주간 17% 상승률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22.03포인트(2.55%) 급락한 23,723.6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1.72포인트(2.81%) 떨어진 2,830.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4.60포인트(3.20%) 추락한 8,604.95에 장을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0.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3% 내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실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를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면서 "그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지 등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미국과 중국이 다시 '무역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상환 거부 조치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는 신성불가침한 영역이라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이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때까지 최장 2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또한 최근 6주간 미국의 실업 보험 청구자 수가 3천만 명 이상 폭증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에 대한 부담도 지속하는 중이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4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 49.1에서 41.5로 하락했다.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시장 예상 35.0보다는 높았지만, 신규 수주의 급감 등 세부 항목이 크게 부진했던 점이 우려를 샀다.

최근 증시 반등을 주도했던 아마존과 애플 등 IT기업들의 약세도 이날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2분기 이익을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모두 사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후 7%대 급락했다. 전날 발표된 1분기 아마존의 실적 역시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애플의 실적은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매출이 전년 수준에 머물며 이날 주가가 1.6% 내렸다.

테슬라 주가도 10.3% 추락해 눈길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는 돌발 발언을 한 여파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이날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다만 이미 시장에 반영된 재료인 만큼 증시에 이렇다 할 상승 동력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국제유가는 5월 첫 거래일 상승탄력을 이어가며 오름세로 한 주를 마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감산이 본격 시작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94센트(4.99%) 뛴 19.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0달러 이상으로 뛰기도 했다. 이로써 WTI는 일주일(5거래일) 사이 15% 가까이 뛰며 4주일 만에 주간 기준 하락 행진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7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7센트(0.26%) 오른 26.55달러를 나타냈다.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1일부터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에 돌입했다.

전날 노르웨이도 6월부터 올해 말까지 북해유전의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에는 하루 25만 배럴, 이후엔 일평균 13만4000배럴만큼 산유량을 줄일 계획이다. 노르웨이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 동참한 것은 18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국제유가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권 추락으로 몰고 갔던 원유저장 공간부족 문제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 세계 석유 재고량은 4월에 정점을 찍고 안정되고 있다"며 "각국이 봉쇄 완화에 나서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70달러(0.4%) 상승한 1700.90달러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금값은 2% 하락했다.

미 달러화도 강세였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04% 오른 99.0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