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그 연장선에서 넷플릭스가 지난달 13일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내며 사태는 법정분쟁으로 비화됐다. 넷플릭스는 CP(콘텐츠제공자)인 자사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공격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한편, 오픈커넥트의 비전을 알리는 투트랙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이중부과"의 함정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분쟁은 여러가지 논쟁 포인트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곧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과,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넷플릭스의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야 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내며 “콘텐츠 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는 엄연히 다르며, 이미 소비자가 인터넷 접속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사업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부과"라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글로벌 CP의 횡포라는 비판이다. 국내 CP들이 모두 망 이용료를 내는 가운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넷플릭스가 당연히 내야 하는 망 이용료를 내지 않으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킴에도 망 이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는 한편 넷플릭스가 제안하는 오픈커넥트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며 넷플릭스를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난달 23일 "문제의 당사자인 넷플릭스는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면서 최근까지도 합의를 사실상 거부해 오다가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법원에 제기해버린 것"이라면서 "글로벌 CP들이 부가통신사업자로서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인터넷통신사업자의 망을 독과점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리도 맞지 않을뿐더러 부적법하다"고 비판했다.

고객 중심으로 보자
최근 국내외 CP들이 ISP의 비싼 망 이용료를 비판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자체를 내지 않겠다는 주장을 하는 점은 '너무 나간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 CP의 우월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고객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하면, 다소 의미심장한 결론을 만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5월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 최초로 모든 기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최저보장속도 기준을 최고속도 30%에서 50%로 높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8년에는 HFC 2.5G 케이블 모뎀 기술 개발로 대역폭이 5배 증가했다고 홍보에 나섰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의 홈페이지에는 ‘Giga 프리미엄x10’, ‘Giga 프리미엄' 등의 인터넷 상품을 통해 가구당 최대 10 Gbps 및 2.5 Gbps 속도의 인터넷을 제공하며, 여러 기기를 함께 사용해도 1 Gbps 속도가 유지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넷플릭스의 상품 구성을 보면 UHD, HD, SD 등의 화질을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UHD는 초당 25 Mbps, HD는 초당 5 Mbps의 인터넷 연결 속도를 권장한다.

여기서 분쟁의 행간으로 돌아오면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Gbp의 속도를 자랑하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UHD 권장 인터넷 연결 속도인 최대 초당 25 Mbps의 스트리밍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 망 이용료를 CP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고객 관점에서 본다면, 고객은 SK브로드밴드에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며 CP인 넷플릭스에도 비용을 지불하니 최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는 이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ISP 경쟁력을 가졌기에 넷플릭스의 트래픽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CP로부터 별도의 망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전제도 틀렸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수준의 ISP 경쟁력을 가진 SK브로드밴드가 일부 넷플릭스 고객으로부터 콘텐츠 화질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곧 SK브로드밴드의 넷플릭스에 대한 망 이용료 지불 제안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ISP와 CP의 고객에 대한 의무를 나눠서 생각하면 결국 각자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에 대한 리워드(보상)를 누가 받고 있으며,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 출처=갈무리

고객에 대한 집중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료 분쟁을 통해 글로벌 CP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및 관리, 나아가 넷플릭스에 가입한 고객을 위한 책임을 말 그대로 콘텐츠 측면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망 관리와 유지에 대한 비용은 ISP의 당연한 책임이라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대전제는 세울 필요가 있다. 바로 '고객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가'이다. 나아가 '고객의 서비스를 위한 책임을 명확하게 나눠야 한다'는 상황판단도 필요하다. 어설픈 국수주의와 감정적인 접근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결국 판단의 기준을 선명하게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