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얼마 전 아내가 추돌사고를 당했습니다. 한방병원을 다닌 아내는 보험사에서 향후 진료비로 295만원이 나왔고, 양방병원을 다닌 동승자는 90만원이 나왔어요”

이는 양방병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한방병원의 진료비 탓에 발생한 사례다. 일반적으로 한방병원은 통원일수가 길고 비급여 진료가 많아 양방병원 보다 평균 진료비가 높다.

문제는 자동차보험금 누수의 주범으로 한방병원의 과잉진료가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를 두고 보험업계와 한의사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한방병원의 과잉 진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 증가율은 28.2%에 달했다.

반면 한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의업계는 경증환자가 증가하면서 한방진료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방진료에 대한 탁월한 효과를 기대하는 환자들도 물론 있겠지만, 양방병원보다 높은 한방병원 치료비와 합의금을 받기 위한 목적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경상환자 1인당 한방 진료비는 양방진료비의 2.4배에 달했다. 환자 1인당 통원일수(2018년 기준)도 한방진료가 양방진료보다 3.4일 길었다.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합의금을 많이 챙길 수 있다는 이유로 “교통사고가 나면 우선 한방병원으로 가라”는 말도 나온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자동차보험 합의요령으로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뉘앙스의 콘텐츠도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명 ‘나이롱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과 적발 인원은 각각 8809억원, 9만2538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사기 적발액 중 허위·과다 사고 적발 금액은 전년 보다 11% 증가한 73.2%를 차지했다.

보험사기범도 주부, 회사원, 일용직, 학생 등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았다. 최근엔 고의충돌 자동차보험 사기인 이른바 ‘뒤쿵’ 알바 모집글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등 일반인이 가담한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보험료 인상에 앞서 보험금 누수부터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부 보험소비자들의 “일단 눕고 보자”식의 잘못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 잡는 등의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나이롱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이용할 경우 보험사 입장에선 이를 방지할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방진료수가의 명확화, 자보수가 심의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금 누수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보험료 인상 등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보험사를 ‘보험금 안 주는 악당’으로 치부하기에 앞서, 그릇된 소비자 의식을 계도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