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 LG 벨벳이 7일 온라인 패션쇼 컨셉 영상으로 공개됐다. 8일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LG전자 MC사업본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남은 것은 고객의 선택이다.

▲ 출처=LG전자

화려함 속, 디자인 감성

LG전자의 역대 스마트폰 면면은 최소한 스펙적 차원에서 흠잡을 것이 없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필요이상의 의미부여에 집착했고, 이 과정에서 브랜드 정체성이 길을 잃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LG G5의 모듈형 실험은 신선했으나 이 기능이 왜 고객에게 필요한 것인지 설명하지 못했고, LG V40 씽큐의 펜타 카메라는 역시 탁월했으나 카메라가 왜 5개나 들어가야 하는지 고객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G 시리즈와 V 시리즈는 멀티 미디어 환경 강화라는 모호한 경계에서 표류했고, 씽큐 브랜드명은 너무 길었다.

그 연장선에서 LG전자의 LG 벨벳이 등장했다. 초컬릿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등판한 이 담백한 스마트폰은 넘버링도 지우고, 씽큐도 떼어냈으며 G 시리즈와 이별을 고한 상태에서 라인업 전반에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어차피 길을 잃은 상태였고, 이럴 때는 정신없이 판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다른 길을 곰곰이 타진하는 것이 낫다.

업계의 기대는 일단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기술력 자랑을 걷어내고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안정적인 길을 찾는 한편, 디자인에 승부를 건 장면이 눈길을 끈다. 후면 카메라 3개와 플래시가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 세로 방향으로 배열된 물방울 카메라는 죽어도 인덕션 카메라의 길은 따르지 않겠다는 고집과 함께, LG 벨벳의 화려한 디자인 감수성을 보여준다.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3D 아크 디자인은 특유의 디자인 감수성과 그립감이라는 촉감의 디자인을 잡아냈다는 평가다.

김영호 전문위원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 끗 차이’로 LG 벨벳을 완성시킨 디자인의 ‘한 끗’이 벨벳 터치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LG 벨벳은 손으로 쥐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그립감을 준다”며 “후면 글라스의 좌우를 완만하게 휘어서 최적의 그립감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디자인 심미성을 강조하면서도 손에 감기는 그립감을 제공하는 특유의 디자인 감수성이다.

제품의 테두리에 메탈 재질을 적용, 고급스럽고 단단한 이미지를 구현했고 각 모서리에는 완만한 뿔 형태의 디자인으로 안정감과 균형 잡힌 디자인을 완성했다. 오로라 화이트, 일루전 선셋, 오로라 그레이, 오로라 그린 등 4가지 색상으로 라인업을 정비해 깔끔한 플랫폼 전략도 구축했다.

7일 공개된 영상을 봐도 LG 벨벳의 가치가 디자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공개 형식이 온라인 패션쇼 컨셉이며 모델들이 다수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감각적인 영상과 화려한 C.G를 버무리면서도 일상속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LG 벨벳의 감성이다. 유명 해외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파격적인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당장 인터넷 스타가 되어 웃음거리가 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따라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LG 벨벳의 디자인 감수성은 지나치게 화려해 다가가기 어려우면서도, 그 수수한 색감에 홀려 자기도 모르게 잡아버리고 싶은 느낌을 준다.

▲ 출처=LG전자

라인업의 위치, 플랫폼, 그리고 가격

LG전자는 LG 벨벳을 준비하며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영리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현존하는 최고 기술력을 범벅으로 묻혀봐야 결국 브랜드 가치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스냅드래곤 765G면 어떤가. 최상위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중급 스마트폰 사이의 매스 프리미엄을 자처하며 확실한 방향성을 잡았다.

이동통신 3사와 협업해 ‘고객 혜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구매해 24개월간 사용한 후, 제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출고가의 최대 50%를 할인받는 프로그램(반납 후, LG전자의 프리미엄 단말기 재구매 조건)이다. LG 벨벳을 구매하고 월 8만원의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을 예로 들면, 고객은 단말기 가격의 최대 50%인 44만99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통신사별 요금제에 따른 선택약정할인(25%)을 더하면, 48만 원(24개월×8만원×0.25)의 할인을 받게 된다.

출고가격이 89만9800원인 상황에서 마케팅 포인트로 소급되는 체감상 가격 인하폭이 크기 때문에, 이 역시 LG 벨벳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 출처=LG전자

물론 쉬운 싸움은 아니다

LG전자는 LG 벨벳에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가용전력을 쏟아부었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특유의 고집도 덜어냈다. 5G를 넘어 초연결 시대의 스마트 플랫폼이 각광받는 가운데 MC사업본부를 포기할 수 없기에, LG전자는 가능하면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하며 단기적으로는 적자폭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큰 한 방을 노리는 분위기다. 그 반전의 무대는 역시 초심이 제격이다.

물론 쉬운 싸움은 아니다. 갤럭시A31(4G), 갤럭시A51(5G)에 이어 애플의 2020년형 아이폰SE가 비슷한 시간에 등판하기 때문이다. 모두 어려운 상대다. LG 벨벳은 5G 스마트폰이기에 아직 4G에 머물고 있는 2020년형 아이폰SE에 비교우위를 가지지만, 삼성전자는 영리하게도 갤럭시A51 5G 모델을 등판시켜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LG 벨벳 입장에서 디자인 측면의 승부를 걸었으니 삼성전자 갤럭시와 뜨거운 한 판을 벌인다고 해도, 디자인 분야의 끝판왕인 2020형 아이폰SE가 부담이다.

그럼에도 LG 벨벳은 LG전자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쏟아부었기에,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고집을 버렸기에, 또 어깨에 힘을 뺀 담백함으로 무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기에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성비가 높은 중저가 스마트폰 영역의 전쟁 자체가 치열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간 LG 벨벳은 현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