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세계적으로 흔하게 발병하는 대표적 성인병이지만, 그 유형은 보다 세밀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인종, 국적, 사회문화 등에 따라 발병 원인이나 치료 접근법이 다르게 미시적으로 보면 가족력, 연령, 일상 생활 패턴, 흡연 및 음주력, 체질 등에 따라 나뉜다. 특히 ‘한국형 당뇨’의 경우 비만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당뇨병에 취약한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형당뇨는 마른 비만과 내장지방 그리고 스트레스와 피로 등을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의 체질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일상적 스트레스나 내장지방이 쌓이는 식습관이 장기화되면 자신이 당뇨 위험군 인지 심지어 당뇨 초기 상태인지 모르는 환자분들을 진료 현장에서는 빈번하게 만난다.  

특히 ‘당뇨는 살이 많이 찐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는 정확하고 세분화된 접근을 막는 아쉬운 생각이다. 보통 비만을 외국에서 보는 고도 체중의 형태로 생각하기 쉽지만, 보통 체형이라고 해도 내장지방량 등에 의해 당뇨 발생 위험군이 될 수 있다. 국내 비만 환자들은 외국의 100kg이상 체중이 나가는 고도비만자들과 양상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복부비만이 대다수이며 이 중에서도 마른 비만에 속하는 이들은 내장지방 비율이 높다. 고도비만은, 체질량 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하고 일반 비만은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이때 BMI는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으로 정의된다.

마른 비만은 경우 BMI로 측정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는 볼록한 올챙이 형태의 체형이 많으며 지방량에 비해 근육량이 적은 상태를 말한다. 마른 비만으로 인한 당뇨 발생은 주로 노인층에 많다고 알고 있지만 젊은 층에도 빈번하다. 특히 다이어트 목적으로 체중을 급격하게 감량했다가 요요를 겪으면서 지방량이 증가하거나, 호르몬결핍, 신체활동량 저조, 만성질환 및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 내장지방량이 높은데, 내장지방은 혈압이 증가해 고혈압을 형성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혈당을 상승하고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한국형 당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스트레스’다. 한국은 만성피로가 일상화된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다. 휴식보다 업무가 우선시 되는 분위기에서 잦은 긴장, 우울, 피로, 불안 등을 겪는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한국인을 나타내는 대표적 단어가 ‘화병(火病)’인데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로 영문표기 역시 ‘hwa-byung’(mental or emotional disorder as a result of repressed anger or stress)이라고 적는다.

스트레스가 일상화 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당뇨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졸 호르몬이 증가하고, 해당 호르몬에 의해 혈당이 증가하게 된다. 장기간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 될수록 식욕항진 혹은 식욕저하, 성욕감퇴, 근육량 감소,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의 만성화 등이 신체현상으로 나타나 당뇨는 물론 각종 대사 질환에 노출 되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아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이나 맵고 짠 음식 혹은 술과 담배가 생각나게 되는데 이는 곧 호르몬과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질병으로도 이어진다.

이처럼 한국형 당뇨에 발생 원인을 고려한 뒤 개인의 체질을 함께 탐색하면 치료법 역시 일반화된 처방이 아닌 유형별로 개인 맞춤이 되고 체계화 된다. 기력의 부족으로 당 대사에 영향을 받는 '쇠약형 당뇨'의 경우 만성 허약 상태가 지속되고 잦은 소화불량, 눈과 입가가 자주 떨리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 또 환자가 더위를 많이 타고, 잦은 갈증과 높은 뇨당 수치를 보인다면 열 자극 손상으로 인한 '열형 당뇨'로 볼 수 있다.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 차이가 크다면 '누적형 당뇨'를 의심할 수 있다. 잦은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을 호소한다면 '스트레스형 당뇨'로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