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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의 실전기업법무]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안’ 확정, 고질적인 대리점 ‘갑질’오명 벗을까?

# 공정위는 지난 6일 남양유업에 대한 동의의결안을 최종확정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이 공정위에 제출한 동의의결안의 내용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대리점들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하여 대리점 단체에 매달 200만원씩을 지급하고, 중요 거래조건 변경 전에는 개별 대리점과 대리점 단체와 협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남양유업은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해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하고 업황이 악화되어도 최소 1억원을 공유이익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업계는 그 동안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악명이 높았던 남양유업이 이번 ‘동의의결안’을 통해 착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공정위가 최종확정한 ‘동의의결안’은 무엇인가?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조사 또는 심의를 한 결과 혐의점이 발견되면, 공정거래법 상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거나(제51조) 과징금을 부과(제55조의 3), 형사고발(제71조 제1항)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조사나 심의를 통해 혐의점을 발견해 위법성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도 공정위가 위법성 판단에 따라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하였을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구제의 실효성이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공정위로부터 조사나 심의를 받는 기간 동안 실제 그와 같은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소비자들로부터의 기업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고, 막상 시정권고 등의 조치가 내려졌을 때는 이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법무비용이 발생하는 고충이 있다. 이에 공정거래법은 2011년 미국의 동의명령, EU의 동의의결을 본 딴 동의의결절차를 도입하게 되었다. 동의의결은 조사나 심의를 받는 사업자 또는 사업단체자가 위법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행위로 인한 경쟁제한상태 등의 자발적 해소, 소비자 피해구제, 거래질서의 개선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정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하는 제도다(제51조의 2). 이후 공정위는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의 의견수렴을 통해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더 이상 그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그 시정방안과 같은 취지의 의결을 함으로써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게 된다. 쉽게 말해, 동의의결안은 공정위가 조사나 심의를 통해 시정권고 등의 처분을 내리기 전에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개선방안을 공정위에 ‘역으로’ 제시하여 더 이상 조사나 심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 분쟁을 조기에 매듭짓게 되는 절차인 것이다.

▲ 뉴시스

- 남양유업은 왜 ‘동의의결’절차를 신청하였나?

동의의결절차는 개시여부를 공정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나 심의를 받는 기업 당사자가 신청함으로써 결정되는데, 남양유업의 경우도 신청을 통해 이번 동의의결절차를 밟게 되었다. 남양유업이 이번 동의의결절차를 신청하게 된 배경은 우선 과거 남양유업이 저질러 온 여러 차례의 대리점 ‘갑질’전력에서 찾을 수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본사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파문으로 전 국민적인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공정위로부터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를 하였다는 이유로 당시 공정거래법 적용 역사상 최대 금액인 123억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남양유업은 본사 차원에서 대형유통업체에 파견하는 판촉사원의 파견계획을 직접 수립하고 실질적으로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합의 없이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 50% 이상 전가해 관련 임직원에 대한 고발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이번에도 공정위의 조사 및 심의를 통해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사실이 인정된다면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과징금 부과는 물론 검찰 고발에 따른 임직원들에 대한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2013년 당시 대리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촉발된 전 국민적 불매운동으로 회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마당에 또 다시 공정위의 철퇴를 맞게 된다면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남양유업은 어떻게든 공정위의 조사, 심의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하였고, 공정위 역시 남양유업의 고질적인 대리점 갑질의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선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

- ‘동의의결안’ 확정, 기업 봐주기 논란은 불가피

동의의결절차는 조사, 심의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측면이 있지만, 자칫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을 봐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공정위 입장에서는 사후관리가 쉽지 않다. 이번 동의의결안과 관련하여 공정위는 앞으로 5년 간 매년 6월 남양유업으로부터 동의의결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를 받겠다고 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그 사이 인사이동을 통해 실무자가 바뀔 가능성은 매우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고, 동의의결안 자체로는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남양유업이 동의의결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당한 기한 내에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작 1일당 2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에 불과해 이것만으로는 남양유업의 이행을 재촉하기 어렵다. 물론 정당한 이유, 상당한 기한 등의 추상적 표현에 대한 해석은 남양유업과 공정위 사이에 확연한 온도 차가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번 동의의결안이 남양유업의 환골탈태를 이끌어 낼 신의 한 수가 될지 지켜볼 문제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5.09  14: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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