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짖궂은 바람에 제법 많은 것들이 길 위에, 또 차위에 쌓여갑니다.

만발한 꽃들이 떨어지고, 송화 가루나 꽃가루들이 날리고,

거친 바람에 신록의 잎들도 함부로 떨어져 있습니다.

온갖 나무들에게는 결실의 계절로 넘어가기 위한 또 한 차례의 진통이었겠지요.

모든 소중한 관계들이 담겨있는 이 5월 가정의 달에

40대와 90대 분의 분투를 지켜보며

삶에서 성장을 위한 변곡점과 그 결과물을 생각했습니다.

먼저 타이거 우즈(45)입니다.

메이저 15승을 포함해 PGA 투어 역대 최다승 타이 기록인 82승을 기록하고 있는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그가 작년부터 달라져 부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온갖 스캔들로 아내, 스폰서, 인기, 건강을 차례로 잃으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인간으로 추락했었습니다.

그가 작년에 귀중한 2승을 추가하며 스스로를 돌아본 얘기가 기억됩니다.

과거에 평범한 규칙 따위는 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런 이기적인 것에서 멀어지니 비로소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부드러워졌다는 거죠.

지난번 우승 직후 가족과 끌어안는 장면을 회상하다가

아이들의 남은 삶에 ‘아버지가 한때 꽤 훌륭한 선수였다’고 각인시켜

기뻤다는 소박한 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데서 벗어나는 것이 변곡점이 되고, 인간적 성숙으로 감을 보게 됩니다.

또 한분은 작년에 92세로 타계한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스코다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작년 10월에 한국 공연을 약속했었는데, 9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 오르면서 떠난 그의 마지막 유언은

‘만족스러웠다’아니었을까요? 눈감는 순간에도 무대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못 지킨 미안함이 남다니 얼마나 특별한지요?

전문가의 표현을 빌면 그는 90대 나이에 무대에 서면서 노화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 쳐야할 곡의 의도된 음량을 나오게 하기위해 한 개의

손가락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두 손가락을 겹쳐 건반을 내리 쳤다는 대목에서

삶을 대하는 엄숙함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력이 그뿐이었을까요?

무엇이 그 나이의 그를 무대에 서게 했을까요?

우즈에게 그런 변곡점이 있었으니

앞으로 그에게 최다 기록 등 기록으로만 말할 수 없는 삶의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바두라스코다에게도

과거 절실했던 변곡점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대에 서도록 이끌었을 것처럼 말이죠.

요즘 인생의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요?

이제 다가올 녹음의 시기를 지나,

앞으로 더 있을 비바람과 거센 태풍 가운데서도

매 순간이 성숙을 향해가는 크고, 작은 변곡점이 되길 꿈꾸고, 애쓰며

자리를 지키는 온전한 성목(成木)이 되기를 스스로 갈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