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콘솔 게임 시장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플랫폼 '독점작'이 점차 사라지는 양상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에서만 즐길 수 있던 게임이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변해가고 있다. 여러 기기의 플레이를 동시에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 콘솔 게임 시장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는 평이다.

콘솔 시장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등 3개 업체가 꾸준히 경쟁하고 있다. 각 게임사는 플레이스테이션(PS), 엑스박스, 닌텐도 시리즈 게임기를 제조하는 동시에 퍼스트 파티, 서드 파티의 게임을 유통한다.

현재 시장 1위는 소니다. 소니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막강한 독점작 덕이 컸다. 독점작이란 특정 콘솔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소니는 그동안 ‘언차티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호라이즌 제로 던’ ‘갓 오브 워’ 등 트리플A 게임을 PS4의 독점작으로 제공해왔다. 이 게임들은 엑스박스, 닌텐도 등 타사 게임기는 물론 PC에서도 즐길 수 없었다. 게이머는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택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소니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 소니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 출처=갈무리

그런데 최근 일부 독점작의 지원 플랫폼이 확장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PS4의 대표 독점작 호라이즌 제로 던은 지난 3월 PC버전 출시를 공식화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독점 제공되던 타이틀이 소니와의 독점 계약이 끝난 후 PC로 확장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PC버전 지원은 의미심장하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경우 소니 자회사 산하 개발사가 개발한 퍼스트파티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소니의 퍼스트파티 타이틀이 PC로 이식되는 건 처음이다. 

‘데스 스트랜딩’ 또한 PS4 독점으로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출시 한 달 전 돌연 PS4에서 한시적으로 독점 공급한 뒤 향후 PC버전으로도 출시하기로 결정됐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로 유명한 소니의 퍼스트파티 개발사 너티독은 지난 2월 PC 관련 기술을 보유한 그래픽 프로그래머 개발자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PC 버전으로 내놓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MS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된다. MS 산하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가 유통하는 ‘오리와 도깨비불’은 본래 엑스박스원과 윈도우10에서 독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스팀에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MS가 지난 2018년 인수한 개발사 닌자 시어리의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출시됐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 콘솔 게임사들이 차츰 자사 독점작을 PC로 이식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게임 업계의 흐름이 폐쇄보다는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바일-PC-콘솔 등의 크로스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들이 포트나이트가 포문을 연 이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MS, 엔비디아 등이 시도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부문에서도 크로스 플레이는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게이머들 또한 폐쇄적인 정책보다는 개방적인 게임 환경을 선호한다.

다만 소니와 MS 등이 빠른 속도로 독점작을 포기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 출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X의 결전에서 대형 독점작은 여전히 큰 구매 포인트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니의 경우 MS 대비 더욱 폐쇄적인 운영으로 시장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게임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2020년 3+4월호)’을 통해 “독점작은 그 동안 소비자의 충성도를 견인하는 데 있어 큰 공헌을 해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점작 일부가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이 9세대 콘솔 경쟁에서 나비효과를 야기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