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박철(朴哲)=Ensemble6-12,한지에 천연염색,2006<서울시립미술관소장>/(오른쪽)자오우키(赵无极)=무제,종이에 석판,1988<부산시립미술관소장>

종이의 물성이 드러난 이응노(Ungno Lee,李應魯,1904∼1989)의 종이작업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재료나 기법을 활용한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2020 이응노미술관 기획전-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Lee Ungno, Paintings made from Paper)’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이응노, 권영우, 박철, 자오우키, 장 뒤뷔페, 장 포트리에, 전광영, 한기주 등 종이작업에 천착해 온 8인의 작가 총72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전시는 종이를 미술사, 재료, 기법적 특징으로 나누어 ‘앵포르멜과 종이’&‘종이와 일상’, ‘종이의 느낌’, ‘종이의 형태’ 등으로 전시 구성했다.

▲ (위)이응노=군상, 종이 밥풀, 연도미상/(아래)장 포트리에(Jean Fautrier)=무제,38×61㎝,oil and pigment on paper laid down on canvas,1955<가나문화재단소장>

▲제1전시실:(1)앵포르멜과 종이=앵포르멜(Informel)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유럽의 추상회화운동이다. 장 뒤뷔페(Jean Dubuffet,1907~1985), 장 포트리에(Jean Fautrier,1898~1964), 자오우키(Zao Wouki,赵无极,1920~2013)의 종이 작품이 전시된다.

자오우키는 이응노와 동시대 파리에서 활동한 중국작가로 1948년 프랑스에 정착해 고대문자를 추상화하여 주목받았고 1970년대 이후 종이와 먹에 다시 관심을 가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2)종이와 일상=이응노와 전광영 종이작품이 전시된다. 이응노는 매일 아침 쓰레기통에 버려진 낡은 사진잡지를 주워 물감 대신 종이를 색깔별로 구분하고 손으로 찢어 붙이는 콜라주(collage)작업으로 종이를 개성적인 방법과 조형적인 시도로 예술세계를 확장시켰다.

전광영(Chun Kwang Young,全光榮,1944~)작가는 삼각형의 조각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종이약봉지로 감싼 조각들을 집합하여 독창적인 추상화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 (왼쪽)전광영(全光榮)=agrregation001-AP035c,혼합재료,2001<부산시립미술관>/(오른쪽)권영우(權寧禹)=무제,화선지,과슈,1984<서울시립미술관>

▲제2전시실=종이의 느낌…이응노, 권영우 작가의 종이작품이 전시된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된 이응노는 대전교도소에서 감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밥알과 신문을 섞어 반죽을 해 인간군상 조각을 만들어냈다.

권영우(Kwon Young Woo,權寧禹,1926~2013)작가는 종이에 압력을 가하여 찢거나 긁고, 생채기를 낸 종이에 물감을 흡수시키거나 일상적 오브제 위에 종이를 겹치는 방법을 시작으로 백색의 공간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완성시켰다.

▲ (위)장 뒤뷔페(Jean Dubuffet)=MireG79,acrylic on paper laid on canvas,1983<가나문화재단>/(아래)한기주(韓基柱)=작업87-예감,합판에 종이,1987<국립현대미술관>

▲제3~4전시실=종이의 형태…이응노는 1960년대 판화기법을 이용한 종이 릴리프(relief)를 시도했다. 그는 종이가 물과 맞닿은 뒤 건조 과정에서 형태가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해 판화원판의 형태를 종이에 떠내었는데 이 과정에서 삼 줄을 넣어 종이 표면의 거친 재질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였다.

종이화가 박철(Park Chul,朴哲,1950~)작가는 먼저 주변에서 발견한 전통 사물형태를 종이로 두들겨 내거나, 멍석 표면의 재질과 서양악기 위에 천연염색 한 전통종이를 올려 물질이 드러나게 하여 그 재질감을 강조한다.

한기주(Han Ki joo,韓基柱,1945~ )작가는 나무토막을 종이에 캐스팅하여 나무의 거친 재질을 종이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는데, 이는 자연의 생명력을 종이에 그 흔적을 기억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번전시와 연계, ‘미술사적 시각에서 살펴본 종이의 물성’주제의 학술세미나가 6월12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