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공업과 항공업 등 기간산업이 한국경제의 척추라면, 물류업은 한국경제의 대동맥이라 볼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으로 부를 창출하는 물류업의 역사는 곧 한국경제의 역사이자, 현재이면서 미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의 발발로 글로벌 공급망이 막히는 한편, 관련된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 스톰을 안긴 이 최악의 상황도 결국 이동, 즉 물류의 중단으로 촉발된 심각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새삼 물류의 미래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동의 경제가 멈춘 극한의 상황을 대비하려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상근 한국물류학회 부회장(삼영물류 대표)은 코로나19 이후 물류업의 변화에 주목하는 한편, 모든 경제의 흐름을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에서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나아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물류협력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으며,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고의 물류 전문가로 꼽히는 그를 최근 인천 삼영물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사진=임형택 기자

남북의 물류교류,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간 냉각기류가 흘렀던 남북 경제협력 관계가 조금씩 훈풍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 연장선에서 물류적 관점의 플랜이 공개되고 있다. 정부도 의욕을 갖고 남북 경제협력, 특히 물류의 관점에서 '초연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를 실현하겠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운송 인프라적 측면에서 경의선 개보수 등 철도연결, 개성과 해주를 아우르는 육로연결, 강화를 거점으로 하는 해상항로 등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이상근 부회장은 물류적 차원에서 남북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주장했다. 단순히 남과 북의 한민족 공동 운명체를 거론하지 않아도, 경제적인 관점과 물류적인 관점에서 북한과 협력한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대북물류 활성화가 벌어지면 당장 중국에서 미얀마, 베트남으로 옮겨갔던 생산거점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인건비와 노동일수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개발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의 연결망이 한반도로 이어지며 상당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북중국과 중앙아시아 교류에 대응하는 최적의 방법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물론 대북사업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리스크가 크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과 물류 플랫폼이 통하면 단기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무엇보다 언어 소통이 원활하다. 물류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적을뿐더러 세금도 없다”면서 “무엇보다 물류망이 깔리면 이를 따라 새로운 시장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남북 물류협력은 활성화될 수밖에 없으며,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대 실크로드 시절에는 교역료를 따라 무수히 많은 도시가 탄생하고 번성한 역사가 있다. 즉 선으로 연결하는 행위는 곧 단면적인 연결에서 벗어나, 선과 선의 만남에 이은 면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가능성들이 입체적으로 가동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지론이다.

▲ 삼영물류인천물류센터. 사진=임형택 기자

한국경제, 한국물류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정국이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위기이자 기회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등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순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이동, 즉 물류의 비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물류업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기준 물류산업의 경제적 비중은 GDP 기준 3.3%며, 고용인력만 140만 명에 이르고 비중은 5.24%”라면서 “운수업에 종사하는 기업만 37만5274개며 종사자는 113만 명 수준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물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물류업계의 존재감은 낮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항공, 해운, 육상, 3자물류, 특송, 우편 등 어느 분야도 크게 경쟁력을 보이는 국내 물류기업은 없다”면서 “CJ대한통운, 판토스 등이 글로벌 무대에서 일부 활약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국내 물류업계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성 타진은 위기의 인식과 미래로의 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류가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수출 지향적인 경제모델을 가진 국내에서 사실상 경제의 모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와 눈길을 끈다.

▲ 사진=임형택 기자

이 부회장은 전화위복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하드웨어 중심의 물류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물류가 전개될 것”이라며 “라스트 마일의 개념이 크게 확장돼 개인 맞춤형 온디맨드 서비스 물류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국내 물류업계가 판을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물류 패러다임의 대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이해해야 한다. 물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모든 경제활동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전체적인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생산과 제조 영역에서는 기존 글로벌 집중생산과 싱글소싱을 통한 조달에서 탄력적인 공급망으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이라면서 “대륙간, 국가간의 운송비용이 줄어들고 국가 내 운송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제품의 보관 입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가 벌어질 것”이라 단언했다. 이어 무인 스마트물류센터 등 ICT 기술의 발전과 극단적인 수급불균형에 대비하는 유연생산시스템의 활성화, 소량의 개인맞춤생산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요한 변화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언제든 셧다운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이 된 가운데, 한 거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집중생산과 싱글소싱은 리스크가 크며 자연스럽게 탄력적으로 물류 공급망을 구성하는 노력이 벌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ICT 기술의 발전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고객 한 명 한 명에 집중하는 맞춤형 물류 생산 및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LG전자가 구미 TV 라인을 일부 인도네시아로 조정하며 각 권역별 제조 및 물류 인프라를 새롭게 짜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원가절감을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으나, 이제는 각 권역별 통합 제조 및 물류 인프라의 트렌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생산거점을 마련한 도요타는 큰 피해를 입어 26개 공장 가동이 중단됐으나 상대적으로 생산거점을 분산시킨 닛산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코로나19를 맞아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당연하게 벌어질 것”이라면서 “어떤 리스크가 벌어질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산과 유통, 물류 전반에는 소비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고객 서비스에도 세밀한 전략이 요구될 것”이라 전망했다.

고객 서비스의 세밀화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후 중년층과 노년층 등 새로운 연령대가 이커머스로 유입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은 옴니채널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ICT 기술의 발전으로 유연한 생산 및 공급망 관리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고객의 타깃층을 파편화시켜 극단적인 수준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와 관련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제조업의 서비스화,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물류가 하나로 묶이고 있다”면서 “특히 유통산업에서는 물류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자동화 지능화, 무인화 등 다양한 영역이 물류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한편 그 경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 봤다. 

이 부회장은 “특히 기존 물류업체와 달리 ICT 기업으로 활동하며 물류시장에 진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 물류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은 기존 물류기업들에는 위기이자,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나아가 기존 물류기업들은 본인이 잘하는 것 중심으로 전략을 짜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수급에 있어 아시아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는 한편 자국 생산성을 올리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코로나19로 아시아 반도체 라인이 멈추자 전체 전자 생태계가 셧다운에 들어갔던 경험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만의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예고한 생산과 물류의 거점 변화에 대한 입체적인 로드맵이며, 향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다.

▲ 사진=임형택 기자

경제의 대동맥, 물류의 미래
경제의 모든 것인 물류를 키우기 위해 국내 업계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경제를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활력소를 지키면서 그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국경제의 길이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이 부회장은 정교한 전략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국내 화주기업의 해외물량 대부분은 해외기업의 차지”라면서 “국내 대기업의 해외 물량을 국내 기업들이 소화하고,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영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물류 대기업은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해야하며 특히 한중일 거점물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류 중소기업은 전문화와 차별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물류부문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하는 가운데, 주로 생활물류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면서 “신선한 접근이 계속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업체의 97.4%가 9인 이하의 업체라며 “소사업장이 본연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의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인들에게는 “많은 물류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자긍심이 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물류는 곧 산업이며, 물류인들이 충분한 자긍심을 가지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사진=임형택 기자

[Who is]

이상근 한국물류학회 부회장은 군 복무당시 군수사령부에서 복무하며 처음 물류와 인연을 맺었으며, 1998년부터 국내서 처음으로 3자물류를 도입한 삼영물류 대표를 맡아 지금도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장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녹색물류협의체 위원장, 국가물류정책위원회 물류시설분과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남북물류포럼 이사, 한국SCM학회 부회장, 한국로지스틱학회 부회장,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 국토교통부 물류산업 상생협의체 위원,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에는 마르퀴즈 후즈 후 인명사전에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