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일대우상용차의 고급버스. BX 212M 로얄 플러스. 출처= 자일대우상용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버스 생산업체 자일대우상용차(이하 자일대우)가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중이다. 자일대우로부터 차량을 공급받는 개인사업자나 운송회사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가 폐업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자일대우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경영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으며 고객 서비스에도 차질 없도록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자일대우는 현재 국내 버스시장 내 격화한 경쟁 구도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자일대우의 작년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107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101억원에서 5.3% 증가한 326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작년 해외에서 운영하는 종속회사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지분법이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이 전년(77억원) 대비 130억원으로 악화했다.

자일대우의 경영실적을 장기간에 걸쳐 분석할 때도 작년까지 전반적으로 부진한 추세가 나타났다. 2010~2019년 기간 자일대우의 매출액은 2010년 4473억원에서 2013년 5641억원으로 최고치를 보인 뒤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2018년 최저치인 31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0년 131억원 적자를 기록한 후 2013년 18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8년 최악의 적자 규모인 107억원을 나타냈다. 해당 기간 자일대우의 당기순이익은 기복을 보이다가 2017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 자일대우상용차의 2010~2019년 영업이익(파랑 막대)·당기순이익(주황 그래프) 추이. 각 실적은 10년간 기복을 보인 가운데 2016년 이후부턴 하락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 딥서치

그간 자일대우의 수익성이 악화해온 이유는 국내·외 사업장의 경영실적 모두 저조했기 때문이다. 자일대우는 2003년 국내 모자 생산업체인 영안모자에 인수된 이후 기존 진출한 중국(구이린)에 이어 대만, 베트남,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에 생산공장을 짓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속된 산업 발전으로 버스 수요가 비교적 높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얻으려는 취지였다.

다만 현지·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이유로, 자일대우상용차의 이익에 영향을 끼치는 해외 법인 실적은 감소해왔다. 자일대우의 2017~2019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중국 구이린, 미얀마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합작법인의 당기순이익은 기복을 보이거나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자일대우는 내수 시장에서도 버스 시장의 위축세에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자일대우의 제품(자동차) 매출액은 2010년 4153억원에서 작년 2638억원으로 9년 새 36.5%나 감소했다. 자일대우는 국내 유일한 생산시설인 울산공장에서 내수 물량을 전량 공급해왔다.

자일대우 경영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자일대우 차량을 이용하는 운송업체나 개인사업자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자일대우가 지속된 경영난에 회사 문을 닫거나 울산공장 가동을 무기한 전면 중단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어서다. 올해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일대우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나 운송업체들은 해당 소문에 대한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각종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고객들은, 자일대우가 폐업하거나 울산공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차량 부품을 공급받거나 수리·점검 등 A/S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밖에 폐업 또는 가동 중단할 경우 자일대우의 브랜드 가치가 감소하고, 제품의 중고 판매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운송업체 기사 직원 A씨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관광업이 침체돼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버스 팔아 남길 돈도 줄어들 지경”이라며 “자일대우 차량을 지속 운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A/S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일대우는 현재 경영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문 내용 일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자일대우 관계자는 “자일대우는 울산공장 운영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 관련 분야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일대우가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은 사실과 다르며, 고객을 위한 A/S나 부품 공급 활동 등에는 문제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