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K그룹(이하 SK)이 공격적 사업 확장의 기조를 보여줌으로 재계와 투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통신·석유화학·반도체 분야의 독보적 인프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SK는 그간 기존 주력산업의 영향력 유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사업의 반경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련의 분위기 반전 기조를 전방에서 이끌고 있는 것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다.     

올해 1분기 SK의 석유화학·에너지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로 1962년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지속적 투자의 기조는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임을 표명했다. 6일 발표된 공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시장의 예상한 수준을 웃돈 영업손실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3281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1분기 실적이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그 연쇄반응으로 폭락한 국제유가, 석유제품 수요의 감소라는 악재가 있었기에 영업실적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대내외 상황을 감안해 업계와 시장이 예측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의 범위는 최대 1조원 혹은 그 이하였다.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공장. 출처= SK이노베이션

부진한 실적에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투자를 계획했던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부문에 투입할 것으로 예고한 신규 설비투자비는 약 3조원에서 4조원 수준이다. 다만 투자비용은 현재 부진한 실적을 고려해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의 핵심 사업인 통신부문의 계열사 SK텔레콤도 자사 첨단기술의 적용 확대와 상용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1일 SK텔레콤은 모빌리티 플랫폼 T맵, 음성인식 인공지능 누구(NUGU) 그리고 음원제공 서비스 플로(FLO) 등 자사의 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스웨덴의 자동차 브랜드 볼보(VOLVO)사의 2022년식 신차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SK텔레콤은 향후 모든 통신의 근간이 될 ‘5G인터넷’을 차량에서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 방안들을 모색한다.    

SK의 지주회사이자 투자사 SK㈜도 바이오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SK㈜는 싱가포르의 벤처기업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Hummingbird Bioscience, 이하 허밍버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SK㈜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에는 중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하버 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투자하기도 했다. 두 기업은 모두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의약품의 개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학·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SK의 ‘멀리 내다본 한 수’로 평가됐다.   

▲ SK소속 스포츠단 선수들을 화상에서 만나 격려하고 있는 SK최태원 회장(사진 왼쪽 아래). 출처= SK그룹

SK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은 그룹의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다. 그는 직접 전면에 나서 각 계열사들의 임직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함으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그룹 구성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고 있는 SK스포츠단 선수들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과 화상으로 만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규모를 막론하고 국내 거의 모든 기업이 심각한 침체에 빠져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SK가 각 계열사들의 행보로 보여주는 일련의 분위기 쇄신 행보는 재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