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오픈서비스를 둘러싼 배달의민족 논란이 온오프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혐오로 번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와 일부 언론이 마녀사냥에 동참한 가운데, 아예 플랫폼 비즈니스를 악(惡)의 축으로 묘사하는 말까지 나와 눈길을 끈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 출처=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대한 이해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로드맵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다만 기존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부양성 뉴딜 개념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개념이라며, 예전 정권의 토목 중심 경기부양책과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선택한 것이 디지털, 즉 ICT다.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삼았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비대면 산업 육성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의 이커머스 및 배송 인프라의 존재감이 강해진 상태에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사업을 육성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시의적절한 전략이며, 또 그럴싸하다. 여기서 '그럴싸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트렌드인 O2O 중심 온디맨드 서비스 플랫폼의 상황은 현재 처참한 수준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예고했던 5.8% 수수료의 오픈서비스 정책을 4월 1일부터 가동하려다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았고, 결국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같은 숙박 및 액티비티 플랫폼에도 비난이 시작되고 있다. "너희는 왜 소상공인을 죽이려 하는가"

전제해야 할 점은, 플랫폼은 '절대선(善)'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의 등장으로 평화로웠던 구사업이 출렁였고, 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함께한다고 해도 어려움을 겪는 것도 맞다. 생각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배달앱이 없던 시기에는 당연히 배달앱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었는데, 숙박앱이 없던 시기에는 당연히 숙박앱 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었는데 이제는 낸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전에는 부담하지 않던 지출이 생기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는 미묘한 문제지만, 플랫폼의 존재이유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현재 플랫폼에 대한 대부분의 조리돌림은 이 문제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면도 직시해야 한다. 플랫폼이 절대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악인가? 결코 아니다.

다소 냉정한 표현이지만 플랫폼은 공익재단이 아니며 당연히 다른 기업들처럼 사익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들에게 공익재단의 역할만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해 플랫폼의 양면성을 살펴보면, 사실 '선악'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의미가 사라진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약 배달앱, 숙박앱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해보자. 서울시 화곡동에 거주하는 A라는 사람이 출출함을 느껴 배달음식을 주문하려고 한다면, 그는 아마 주택가에 붙은 전단지에 전화를 걸 것이다. 전단지를 구하지 못하면 포털에 검색을 하거나, 어쩌면 음식주문을 포기할 수 있다. 당연히 시장의 성장은 정체되고, 고요하다. 대신 평화로울것이다. 여기서 배달앱이 있는 지금의 우리를 상상하자. 터치 몇 번이면 바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심지어 크게 출출하지 않아도 앱을 보는 순간, 광고를 보는 순간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및 배달통 등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다. 우선 친숙하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며 고객의 진입장벽이 낮다. 심지어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을 풀어 광고도 해준다. 시장은 성장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배달앱 시장 폭풍성장의 이면이며 이는 플랫폼의 공헌도가 상당히 높다.

야놀자나 여기어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A도 여행을 떠날 때 미리 숙소를 예약한다. 그런데 어디에 어떤 숙소가 있는줄 알고 예약을 하는가.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충실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역시 플랫폼의 강점 중 하나다. 우선 친숙하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며 고객의 진입장벽이 낮다. 심지어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을 풀어 광고도 해준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절대적인 갑이 되어 점주들을 쥐어짠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같은 경우 요기요와 배달통을 가진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과정을 밟고있기 때문에 시장 독과점 우려가 나오는 한편 '점주 쥐어짜기'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요한 지적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미스터피자 가양동점에서 토론회를 연 가운데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영업자들의 평균 순수익은 8% 이하에 불과하지만,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전체 매출의 최고 16%”라고 성토한 바 있다.

다만 이 문제는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플랫폼이 시장의 성장을 키우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역시 플랫폼의 역할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달앱이 없던 시절, 점주들은 각자 전단지를 통해 광고를 했고 배달원을 고용해 월급을 주며 사업을 했다. 더 많은 고객과 편리하게 만나며 배송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된 점을 간과하고 기계적으로 "예전과 비교해 더 많은 지출이 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것은 세밀하지 못한 접근법이다.

▲ 출처=배달의민족

더 나은 방법을 찾아라
그럼에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이다. 플랫폼이 공익재단이 아닌 상황에서 존재자체가 불편한 이들이 있고, 그들의 불만도 일정정도 근거가 있기에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특히 공공앱을 만들자는 주장은 우려스럽다. 물론 소상공인, 점주들을 위한 의미있는 정책이지만 플랫폼 지속성에 있어서는 분명한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을 위해 모든 시민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발상, 착한 마케팅이 무조건 다른 마케팅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 나아가 민간시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들겠다는 정부의 편협함 모두 위험하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다. 사실 배달의민족과 같은 경우 논란이 됐던 오픈서비스는 기존 울트라콜 체제의 대안이었다. 울트라콜 체제에서 소위 깃발꽂기에 따른 비판이 쇄도하자 이를 걷어내고 5.8%의 정량 수수료를 받겠다 선언한 것인데, 그 대안을 두고 '점주 쥐어짜기'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배달의민족이 다시 오픈서비스를 포기하고 울트라콜 체제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다시 '깃발꽂기 폐혜를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정도되면 '뭘 어쩌란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최근 허니비즈의 띵동이 배달앱 2.0 시대를 선언하며 수수료 2%를 내거는 등, 차라리 민간시장에서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 제일 고무적이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초기일 뿐이고, 지금은 대부분의 힘있는 자들이 그저 배달앱 때리기에만 매몰되어 최소한의 기회비용도 따지지 않는 조리돌림만 하고 있다. 이제 그 이슈가 숙박앱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지만 그 주장의 방향성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무엇보다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다. 대안도 없고, 대안을 만들고자 활동하려는 플랫폼의 손발만 묶은체 신나게 폭행하는 재미에 빠졌다.

심지어 선택적 분노가 벌어지는 장면은 더 허탈하다. 플랫폼 비즈니스 그 자체가 악의 축이라면, 왜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는 비판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선택적 분노를 택한 이들이 더 잘 알고있다.

▲ 출처=야놀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빛
그럼에도 플랫폼의 기회비용이 '선'보다 '악'에 가깝다면, 차라리 플랫폼을 강제로 해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배달의민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앱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는 비판하는 이들도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상황이 이렇게 나쁘다면 아예 해체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신 국내 배달앱 업계에 한국과 손을 잡은 게르만 민족이 몰려오는 것, 그 이상의 후폭풍은 감내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가 음식 배달업체 그럽허브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합종연횡에 따른 몸집 불리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나아가 모빌리티 기반의 음식배달 업체도 팽창하고 있고, 숙박과 관련된 플랫폼도 시간이 갈수록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

그들은 언젠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모분수를 이커머스 전반이 아닌 단순 3개 배달앱 시장으로 잡아 편협한 판단을 내리고 이후 힘의 공백, 무주공산이 될 국내 시장에 글로벌 기업의 깃발이 꽂히는 날을 기대한다면 지금의 조리돌림을 계속해도 무방하다. 넷플릭스처럼, 국내 배달음식점들의 콘텐츠가 글로벌 파이프 라인을 따라 확산되어 K-배달푸드의 꿈도 꿀 수 있지 않을까.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명확한 이해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공급자들은 본인들이 어떤 혜택을 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어떤 디지털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플랫폼은 비록 공익재단은 아니지만, 플랫폼의 연속성을 위해 공급자들과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들의 비명과 고통은 실제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임함에 있어 경영적 측면에서 앞뒤가 맞지 않았도, 끊임없이 이해하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그 판을 조율해야 한다. 이것만 하면 된다.